“2분기도 쉽지 않네”… PF·CFD 리스크에 충당금 쌓는 증권사
부동산 PF 우려에 CFD까지 겹치자 손실 대비
꺼지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에다 차액결제거래(CFD)로 인해 돌려받지 못한 자금까지 생기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손실에 대비한 자금을 미리 쌓고 있는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2분기 충당금을 직전 분기보다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양사는 1분기에 각각 1500억원 ,2101억원 적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요즘 시장은 매일이 지뢰밭”이라며 “충당금을 쌓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충당금이란 받아야 할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손실을 파악하고 미리 장부에 반영하는 과목이다. 즉 회사 입장에서 비용으로 충당금을 늘린다는 건 증권사가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이 금액이 100% 손실은 아니다. 손실 우려가 해소되면 충당금은 환입된다.
‘리스크 관리’가 올해 가장 주된 목표가 된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충당금을 늘려왔다. 1분기 증권사 26곳의 연결 기준 대손충당금 설정액은 2조7483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2조5118억원)보다 9.4% 늘었다. 이때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늘린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들은 한 분기 새 333억원을 추가해 2098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충당금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 PF 신용공여다. 증권사는 매입 보장 또는 매입 확약으로 PF 사업장에 신용을 공여한다. 매입 보장은 증권사가 유동화증권을 차환 발행할 때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만, 매입 확약은 다르다. 매입 확약은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하는 등 유동화증권 차환 금액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해야 하는 구조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F 문제는 부동산 시장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며 “본 PF 부실화로 직결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이제야 상승세를 보여 하반기 이후 PF 관련 손실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4월 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에서 시작된 무더기 하한가 사태도 증권사의 충당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차액결제거래(CFD)를 취급하는 12개 증권사의 SG 사태 관련 미수채권 규모는 지난달 기준 2521억원이다.
최대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CFD는 투자자가 손실을 정산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번 CFD 미수채권은 특정 증권사에 쏠렸다. 전체 규모의 4분의 1 수준인 685억6000만원의 미수채권이 한 증권사에서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건전성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한 증권사에서 CFD만으로 충당금이 700억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2분기 증권사 실적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증권사 5곳 중 4곳은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키움증권이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이 1년 새 68.7% 늘어 2136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도 41.5% 증가한 2368억원, NH투자증권은 21.3% 늘어난 1870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은 같은 기간 11.2% 증가한 2032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들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2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나쁘게 나올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7.9% 줄어든 2637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2분기 타 증권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달성함에 따른 영향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난해 떠안은 2350억원 규모의 CJ CGV의 전환사채(CB)가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CJ CGV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이로 인한 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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