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해태도 내렸는데… ‘이익률 15%’ 오리온은 과자값 버티기

연지연 기자 2023. 6. 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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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이어 오뚜기·삼양·롯데·팔도 줄줄이 가격 인하
롯데·해태 이익률 3%대...이익률 15% 오리온 “못 내려”
빵값 2년새 20% 넘게 올린 SPC도 “검토 중” 입장 반복
올릴 땐 왕창 내릴 땐 찔끔... ’생색내기’ 지적도

제분업계가 밀가루 납품가를 인하키로 함에 따라 라면부터 시작해 과자까지 가격 내리기에 들어갔다.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나누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작년 9월 과자 가격을 약 16% 인상하며 영업이익률 15%를 낸 오리온은 “인하 여력이 없다”며 버티기에 나서 관심이 쏠린다.

오뚜기·롯데웰푸드·팔도·해태제과 등은 오는 7월부터 라면 및 과자값을 인하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전날 농심이 선제적으로 새우깡과 신라면 가격을 낮춘데 이어 삼양식품이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의 값을 4.7% 인하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라면업계의 제품 가격 인하 움직임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과자가 진열되어 있다. 이날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가 과자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 오뚜기·팔도·롯데웰푸드, 라면·과자값 내린다

오뚜기는 오는 7월부터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5개 짜리 스낵면 가격은 3380원에서 3180원으로 5.9% 내린다. 4개 짜리 참깨라면 가격은 4680원에서 4480원으로 4.3%, 4개 짜리 진짬뽕 가격은 6480원에서 6180원으로 4.6%를 인하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전날 농심과 삼양식품이 제품 가격을 내린다고 밝히자 인하 가능성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루 만에 입장이 바뀐 것은 서민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은 2010년 가격을 내리고서 2021년 8월까지 10년 넘게 가격을 동결했었다”면서 “오른 밀 가격이나 인건비 등을 더 감내하기 어려워 한 차례 가격을 올린 것이지만 소비자 부담을 일정 부분 기업도 함께 감내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제과업계의 반응을 이끌어낸 건 롯데웰푸드였다. 롯데웰푸드가 7월부터 빠다코코낫과 롯데샌드의 편의점 가격을 1700원에서 1600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제과업계가 본격적으로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게 만들었다.

롯데웰푸드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3.3%로 오리온의 영업이익률(14.9%)이나 해태제과의 영업이익률(3.9%)보다 낮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1.94%에 그쳤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률도 높지 않은 롯데웰푸드가 가격을 낮춘다고 하고 소비자 고통을 분담하라는 분위기가 워낙 강한 편이라 인하를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 SPC, 오리온은 “버티기”....해태, 올릴땐 16종 내릴땐 달랑 1종

아직 고민에 빠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기업도 여전히 있다. 제과 1위 기업 오리온이 대표적이다.

오리온은 지난 2022년 9월 초코파이를 비롯한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하면서 원가 압박에 따라 가격을 올리게 된 만큼,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될 경우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버티기를 택했다.

당시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격을 올린 건 2013년 이후 9년 만이고 그간 유지류와 당류, 감자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원가 압박이 가중됐다”면서 “다만 원재자 가격과 생산 비용이 안정되면 제품 가격을 내리거나 양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이 제과업계 중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서 더 많이 가격을 내릴 여력이 있는데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롯데웰푸드나 해태제과가 나서는 판에 오리온이 유난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다른 업체 대비 뒤늦게 가격을 올렸고 60개 제품 중에서 16개 제품에 대해서만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당장 가격 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제빵업계 1위 SPC그룹의 SPC삼립이나 파리바게뜨는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SPC삼립은 2021년 3월에 30개 품목의 가격을 9.0% 올린 데 이어 2022년 1월엔 22개 품목의 가격을 8.2%, 2023년 1월엔 50개 품목의 가격을 12.9% 올렸다. 이에 SPC삼립은 지난해 약 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아울러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95개 제품값을 평균 6.6% 인상했다. SPC 관계자는 “채널별, 상품별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가격을 올릴 땐 일괄적으로 제품에 적용하고 내릴 땐 찔끔 내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롯데웰푸드는 2021년 9월부터 11개 과자 제품 가격을, 해태제과도 2021년 8월부터 16개 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가격 인하를 밝힌 상품은 롯데웰푸드는 3개 상품, 해태제과는 1개 상품에 불과하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라면(12.4%) 외에도 빵(14.3%), 스낵과자(13.1%), 아이스크림(11.8%) 등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가 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라면을 비롯한 제빵·제과업체가 사실상 과점 구조인 상황에서 가격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입장에선 물가 관리 차원에서 인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나서서 개별 기업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요구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소비자 부담은 확연하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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