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HPC→전장용順 2나노 양산···"2027년 생산력 7배 늘린다"
AI반도체 최적화 GAA 공정혁신
'파운드리 분야 1등 추월' 자신감
평택·美테일러시에 클린룸 건설
"고객주문 놓치지 않게 라인 완비"
팹리스·부품사들과 협력도 강화
“삼성이 글로벌 1위 TSMC를 상대로 공개 선전포고에 나섰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2023 삼성파운드리포럼(SSF)’ 결과를 두고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평가다. 지금까지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TSMC에 밀려 다소 수세적 입장에 몰려 있던 삼성이 마침내 공세 모드로 돌아서 왕좌 탈환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은 통상 매년 10월에 열던 SSF를 올해는 예년보다 4개월 앞당긴 6월에 개최해 TSMC(매년 4월 기술 로드맵 발표)와 본격적인 기술 주도권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의 이날 발표 내용을 보면 △공정 기술 주도권 △특수 반도체 생산 △생산 능력 향상 △파운드리 생태계 확대 등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된 핵심 사안들이 총망라됐다.
삼성은 우선 인공지능(AI) 반도체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에 대한 전략을 집중 소개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현재 글로벌 고객사들이 AI 전용 반도체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삼성은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혁신을 통해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GAA는 공정 미세화에 따라 트랜지스터 성능이 저하되는 기존 핀펫 공정을 대체하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삼성은 3나노 공정 때부터 GAA 기술을 적용해 2나노부터 GAA를 시도할 예정인 TSMC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장마다 ‘레시피’가 다른 반도체 제조업의 특성상 신기술을 미리 적용해 제품을 생산하다 보면 자연히 노하우가 쌓여 수율 등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설명이다. 2나노 공정(SF2) 제품은 3나노 공정(SF3) 대비 면적은 5% 더 작으면서 전력효율과 성능은 각각 25%, 12%씩 높다.
SF2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한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은 2025년 스마트폰을 중심으 SF2 제품을 양산하고 2026년에는 고성능컴퓨팅(HPC), 2027년에는 자동차(오토모티브)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은 그동안 2025년부터 SF2 제품을 양산한다는 원칙만 제시했을 뿐 자세한 로드맵을 내놓지는 않았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의 SF3 수율이 생각보다 올라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 포럼 결과만 보면 상당한 진전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고객사들에 공정 로드맵에 차질이 없다고 강조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4나노 공정은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기존 로드맵은 이번에도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2025년부터 차세대 반도체 중 하나로 꼽히는 질화갈륨(GaN) 반도체에 대한 수주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질화갈륨은 기존 웨이퍼 소재인 실리콘보다 전압에 견디는 능력이 3배 이상 강해 칩 소형화 및 고효율화에 유리하다. 질화갈륨을 미래의 실리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앞서 TSMC는 2020년부터 질화갈륨 반도체 생산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생산량을 3배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또한 6세대(6G) 이동통신 선행 기술 확보를 위해 5나노 라디오주파수(RF) 공정도 개발해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TSMC와 본격 경쟁에 앞서 생산량 확대도 선언했다. 이를 위해 평택과 미국 테일러시에 반도체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건설하는 일명 ‘셸 퍼스트’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2027년이 되면 클린룸 규모는 2021년 대비 7.3배 늘어난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생산 능력이 부족해 고객들의 주문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미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테일러시 1라인은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 완공해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삼성은 또 글로벌 반도체 부품사와 팹리스, 반도체설계자산(IP) 업체들과 ‘삼성어드밴스드파운드리생태계(SAFE) 포럼’도 28일 개최했다. 현재 삼성은 100여 개의 SAFE 파트너사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그 성격상 한 번 고객이 되면 쉽게 발주 기업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같은 생태계 속에서 전략적 자산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SAFE 파트너와 메모리, 패키지 기판, 테스트 분야 기업들과 함께 최첨단 후공정 기술 개발을 위한 협의체인 ‘MDI(Multi Die Integration) 얼라이언스’ 출범도 주도하기로 했다.
계종욱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SAFE 파트너와 협력해 반도체 설계 복잡도를 최소화하고 고객의 혁신과 성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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