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日소년 '욱일기' 서핑보드 제재에 관광업계 우려 나오는 이유

유동주 기자 2023. 6. 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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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일본 관광객 A군이 지참했던 욱일기 문양이 그려진 서핑보드. 웨이브파크 측은 이 보드를 보관조치하다가 돌려줬다./사진=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쳐


최근 경기 시흥의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에서 11세의 일본 관광객이 욱일기 문양의 서프보드를 지참했다가 경고를 받고 업체 측에서 보드를 보관한 뒤 돌려준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선 "한국을 찾아 온 어린 관광객에게 지나친 반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외래 방한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관광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올 들어 매달 50여만명의 한국 관광객이 일본 여행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방한관광객 증가는 관광업계와 정부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캠페인으로 외래 관광객 유치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민간 여행업계가 힘을 모으고 있는 현실에서 방한 관광객 규모로 전 세계에서 현재 1위를 차지하는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욱일기' 사건 등이 반복되는 건 양국 관광교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단 지적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 통계에 따르면 일본 관광객은 지난 1년간 77만명 수준으로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522여만명 중 약 15%나 차지한다. 중국이 정치적 이유로 단체 관광객의 방한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일본은 올해 정부가 내세운 올해 1000만 외래 관광객 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여겨진다.

한 지자체 관광기관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반일 불매운동으로 양국 관계가 얼어 붙으면서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던 양국의 지방 항공노선들도 정지되고 사실상 관광객이 끊겼던 상태에서 코로나까지 터저 국내 관광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일본 시장은 가장 큰 시장이고 방한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어린애를 상대로 이런 사건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런 해프닝은 혹시 발생했더라도 언론에서 재생산하거나 널리 알리는 게 좋은 게 아니다"며 "이런 내용이 일본에 알려지면 방한 관광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일미군 마크/사진=주일미군 홈피
주일 이와쿠니 미해병대 항공기지 마크.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도 "'욱일기가 '전범기'라며 쓰면 안 된다는 주장은 서경덕 교수 등 일부의 무리한 주장일 뿐이고 그 이전엔 국내에서도 크게 문제삼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공인된 얘기도 전혀 아니다"며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과 싸워 수십만의 사상자를 낸 미군도 일본 주둔 부대에서 욱일기를 본 딴 다양한 부대마크를 사용할 정도로 욱일기에 대한 반감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욱일기 소동을 반복하는 건 한일 관계에서 전혀 바람직한 일이 아니고 욱일기 지적은 곧바로 '반일선동'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국익엔 전혀 도움도 안 된다"며 "그런 잘못된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 주장 내용이 허술한 근거에 기인했다는 사실을 오히려 공론화하고 제대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한 여행사 고위 관계자도 "관광 온 일본 여행객이 입은 옷이나 들고 다니는 가방, 소지품에는 일본 전통 문양에서 기인한 욱일기와 비슷한 문양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한 뒤 "욱일기에 쓰인 떠오르는 해는 일본 문화에서 풍요의 상징 등으로 자주 쓰이는데 그런 문양이 보일 때마다 주변 한국인들이 그 옷을 벗으라거나 그 소지품을 버리라고 할 순 없을 것"이라며 "욱일기 논란이 계속되는 건 관광업계 입장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문화를 다룬 작품을 쓴적 있는 한 소설가는 "과거에 홍대 앞에서 단순 일본여성 폭행사건이 있을 때에도 '혐일'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일본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면서 "욱일기 이슈 뿐 아니라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사고가 계속 생긴다면 일본 우익들에게 '혐한' 빌미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시흥 웨이브파크에서 11세의 일본인 관광객 A군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인공서핑장을 방문하면서 욱일기 문양의 서프보드를 지함했다가 제재를 받았단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나왔다. A군이 1차 경고를 받은 뒤 이튿 날 욱일기 보드에 검정 매직으로 욱일기 문양을 일부 가린 뒤 사용하려 하자 웨이브파크 측은 보드를 보관조치 한 뒤 마지막 날인 18일 퇴장 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을 올리면서 널리 확산됐다. 서 교수는 "즉각적인 항의와 대응은 아주 좋은 선례로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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