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는 왜 지분 매각 예고했을까” 발표 후 현대엘리베이터 공매도 ‘활활’
주가 하락 베팅하는 공매도·대차거래 늘어나
기존 공매도 세력, 27일 일부 물량 갚은 듯
쉰들러 측 “10% 이상 유지한다고 했을 뿐 매도계획 밝힌 것 아냐” 반박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노렸던 단일 최대주주 쉰들러홀딩아게(Schindler Holding AG, 이하 쉰들러)가 지분 매각을 선언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다. 쉰들러는 굳이 해도 되지 않았을 추가 매도 계획까지 밝혔다. 당분간 주식을 계속 팔겠다고 선언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한때 10% 이상 급락했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서는 쉰들러가 주가 하락을 고려한 다른 투자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9만119주(지분율 0.54% 상당)를 장내 매도했다고 밝혔다. 한 주당 4만3000원선에서 정리해 약 38억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매각으로 쉰들러 지분은 15.95%로 낮아졌다.
쉰들러는 앞으로 지분을 계속 팔아 10%대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대 10만주가량이 시장에 더 나올 수 있다. 28일 기준 현대엘리베이터 하루 거래량이 10만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쉰들러 지분 매각은 주가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쉰들러가 지분 매각을 공시한 다음 거래일인 27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4.99% 하락세로 마감했다. 장중 12.76%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쉰들러는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리고자 한 것일까. 실제 쉰들러 발표 이후 공매도와 대차거래 잔고가 크게 늘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주가가 하락할 때 사서 되갚은 거래를 의미한다. 즉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거래다.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하므로 대차 체결량도 늘어난다. 이에 대차 체결량이 증가하면, 공매도 대기 물량이 늘어났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떨어진 27일, 대차 체결 수량은 5만8238주, 상환은 3만1380주 발생했다. 이날 기준 대차 잔고로는 291만2132주가 잡혀 있다. 직전 거래일(26일) 대차 체결량이 9188주였던 점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6배가 늘어난 셈이다.
대차 상환(3만1380주)도 적지 않았는데, 이들은 앞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공매도했다가 27일 주가가 급락하자 이익을 확정 지은 사례로 보인다. 최근 한 달간 평균 공매도 가격이 4만2000원대인 만큼, 이들은 적지 않은 차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코스피 공매도 잔고 상위 50종목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기준 현대엘리베이터 공매도 잔고 수량은 83만7773주로, 전체 비중에서 2.14%를 차지한다.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공매도한 물량이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쉰들러의 매도 예고에 주가가 요동치자, 주주들은 쉰들러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쉰들러가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주가 하락까지 점쳐 공매도 투자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추정에서다. 통상 주요 주주라면 주식을 매도할 때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활용하는데, 장내 매도를 선택한 점도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이에 쉰들러 측은 “여러 매도 전략을 고려했는데, 장내에서 지분을 정리하는 게 가장 이득이라고 보고 이렇게 결정했다”며 “계속 지분을 팔아 10%대까지 낮추고 이후엔 유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 인수를 바라는 쉰들러 입장에서는 굳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주가가 오르지 않아야 추가 매수할 때 더 적은 인수 자금이 들고, 또 주가가 하락해야 자금 사정이 나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이 추가 담보 설정 등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이유에서다. 고의로 추가 매도 계획을 밝힐만하다는 것이다.
쉰들러 측은 추가 매도 계획을 밝혔다는 해석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쉰들러 측 관계자는 “10% 이상을 유지한다고 한 것이지, 주식을 팔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시장에서는 보유 지분이 16%에 가까운 쉰들러가 1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 추가 매도 계획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이 해석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한 셈이다.
한편 쉰들러는 지난 2014년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 4월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현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결국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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