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탈출 청신호 켜진 한국전력…증권가에선 벌써 전기료 인하 걱정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6. 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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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주상복합상가 외벽에 부착된 전력량계의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33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한국전력이 오랜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이 전기요금보다 낮아지면서 역마진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3분기 조단위의 흑자 가능성이 제기되자 증권가에서는 정부 압박으로 전기요금이 되려 인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한국전력은 1만9790원에 마감해 이번주 들어 8.0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0.23%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폭이다. 지난 26일 4.21%, 지난 27일 4.72%로 연이틀 강한 상승세를 보이다 이날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0.95% 하락했다.

최근 한국전력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역마진 해소로 흑자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온 전력구매가격(SMP)은 kWh당 143.6원으로 전기요금 154.6원보다 낮았다. 에너지가격의 상승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한전은 그동안 구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왔다. 이 역마진 문제가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9개월 만에 해결된 것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한전도 숨을 돌리는 모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MMBTU당 9달러 중반까지 올랐던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2달러 중반까지 내려왔다. 에너지 가격의 시세 변동이 통상 반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한전의 전력구매가격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3분기에는 한전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 기준 2분기 한국전력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2303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6825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514억원이지만 최근 1개월 내 나온 실적추정치만 따로 모아보면 1조609억원 흑자다. 한국전력이 분기 기준으로 흑자를 낸 것은 2년 반 전인 지난 2021년 1분기가 마지막이었다.

한국전력의 최근 5일간 주가 추이 [출처 : 구글 파이낸스]
한국전력의 흑자 전환은 증권가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전기요금이 인하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엉망이 된 재무구조와는 별개로 전기료 폭탄 문제로 정부가 요금 인하를 압박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초에도 난방비 폭탄 문제가 터진 바 있다. 당시에는 전기요금 문제가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하지만 여름철은 에어컨 가동으로 1년 중 전기요금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다. 한국전력의 매출액도 1년 중 3분기가 가장 높다. 특히 올해는 폭염으로 에어컨을 더 많이 틀면서 전기요금이 평년에 비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올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지만 지난해부터 5회에 걸쳐 인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더 많은 전력량을 사용하면 전년도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 입장에서 여름은 에어컨 가동으로 대부분 주택용 소비자들이 누진제 최고 구간을 적용받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우면 더울수록 실적은 개선될 전망”이라면서 “다만 무더위가 극심할 경우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 정책 등이 시행될 수 있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도 “만약 다음 분기 (전기요금) 조정에서 인하를 결정한다면 에너지 공기업 정상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동결로 결정된다면 상당 기간 실적 개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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