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 미 대법원, 선거구 게리맨더링 제동…극단적 법 이론배격

김유진 기자 2023. 6. 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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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 A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선거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획정한 주의회에 제동을 건 주 법원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주의회가 선거구 획정 등과 관련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 제한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가 “주법원이 주의회의 결정을 뒤집고 새로운 선거구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제기한 소송을 6대 3으로 기각했다. 앞서 공화당이 주도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는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14개 연방 하원 선거구 가운데 10곳을 자신들이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획정했다.

그러자 주대법원은 이를 폐기하고 다시 선거구를 획정하라고 제동을 걸었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는 ‘독립 주 입법부’ 이론을 들고 나와 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이 상·하원 선거 장소나 방식을 주 의회의 결정사항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법원 등이 여기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대다수 법조인들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법이론이라고 비판해 왔다. 특히 주의회에 절대적 권한을 인정하게 되면 2024년 대선에서 선거인단 선출 등에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었다.

연방대법원 판결도 ‘독립 주 입법부’ 이론을 반박했다. 다수의견을 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헌법에 따르면) 주의회는 주 법원의 사법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며 “입법부는 주헌법에 의해 만들어지고 구속을 받는 법률 제정 기구이며 주헌법과 헌법 모두 입법부의 권한 행사를 제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보수 절대 우위 구도인 연방대법원이 보수 일각의 극단적인 주장을 배격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연방법과 헌법에 명시된 투표 및 선거권을 위축시키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던 대법원이 ‘현상 유지’를 선택한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더불어 보수 성향인 로버츠 대법원장,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다수 의견에 동참했다.

민주당과 민권운동 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 우위 구도인 연방대법원은 최근 선거구 획정과 투표권법, 이민법, 인디언 원주민 아동 입양 관련 법률 등에서 잇따라 진보 진영이 환영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은 전날에는 흑인 인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루이지애나주의 선거구 획정에 제동을 걸었고, 지난 8일에는 앨라배마주 인구 27%를 차지하는 흑인이 다수인 선거구를 한 곳 더 늘리라고 결정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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