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오르고 일산 내리고…양대 1기 신도시 집값 '쌍곡선'

권한일 2023. 6. 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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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반등 속출…일산, 보합·하락 여전
강남·경기남부 '신산업 이슈' 상승 탄력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 신도시 집값이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단지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5개 1기 신도시 중 면적과 가구수가 압도적인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 신도시 집값이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 지역 주요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재건축 규제 완화와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후에도 줄곧 하락세였지만 지난달부터 분당 일대 매매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에 나타나던 상반된 흐름이 재연되고 있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19일 기준)는 전주 대비 0.23% 상승했다. 이는 올해 최대 상승 폭이다. 분당구 매매가 지수는 지난달 중순(15일 기준)부터 줄곧 오름세다. 반면 같은 시기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매매가 지수는 각각 0.16%, 0.22%씩 빠지는 등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1995년 준공된 분당구 구미동 '까치마을 1단지(대우롯데선경) 전용면적 84.79㎡(16층)는 지난 3일 13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은 지난해 4월, 14억3500만 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올 초 11억 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부터 12억 중반 대로 체결가가 형성되는 등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근 분당구 정자동 '정든동아2단지' 전용 84.97㎡(22층)는 지난 13일 12억 원에 중개 거래됐다. 동일 면적은 지난 3월, 9억100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반면 일산에서는 여전히 하락 거래가 주를 이룬다. 1993년 준공된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동아' 전용 84㎡ 지난 19일과 22일 5억8000만 원(5층)과 5억9200만 원(6층)에 잇달아 체결됐다. 이는 올 1월 체결가와 비슷한 가격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4월 7억9000만 원에 최고가 거래된 이후 하락세다. 또 일산서구 대화동 '대화3단지동문' 전용 84.45㎡(7층)는 지난 3일 4억800만 원에 체결됐는 데 이는 작년 4분기부터 형성된 저점 가격과 비슷하다.

구축뿐 아니라 신축 대단지 흐름도 비슷하다. 총 1829가구인 분당구 정자동 파크뷰 전용 124.515㎡는 지난달 19일과 22억 원에 체결됐다. 동일 면적 매물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18억 중후반대에 거래됐지만 이후 체결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부터 분당 일대 매매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한 반면 일산에서는 약보합·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일산에서는 총 1100가구로 2019년 준공된 한화포레나킨텍스 전용 93.50㎡(10층) 매물이 지난달 5일, 12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체결된 15억2000만 원보다 16.4%(2억5000만 원) 내린 가격이다. 같은 아파트 전용 84.49㎡(44층)는 지난달 11억500만 원에 거래됐는 데 이 또한 올 초부터 형성된 가격과 비슷하다.

일산동구 킨텍스원시티(2019년 준공·959가구) 2블럭 전용 84.4㎡ 매물 세 건은 지난달 평균 12억1000만 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인 3월 평균체결가(2건, 14억5250만 원)보다 16.7%(2억4250만 원) 내린 가격이다.

분당과 일산은 타 1기 신도시보다 용적률이 낮은 편인 데다 면적도 세 배 가량 넓고 인구밀도도 낮아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지로 기대감이 높았다. 이에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매수세가 늘어, 타 신도시가 보합·하락할 때도 상승 거래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분당 신도시 집값이 앞서 수년간 가파르게 치솟은 데 비해 일산 신도시 상승 폭은 이보다 낮았다. 이에 일산 주민들 사이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같은 두 지역간 시세 흐름 차이가 최근 다시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당 신도시가 강남과 가깝고 판교·광교 등 새 기업 입주와 직주근접 수요가 맞물린 경기 남부권 신도시와도 맞닿아 있는 점이 집값 상승을 견인한다고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더팩트>에 "부동산 가격은 인근 지역 또는 유사 지역과 비슷하게 오르내리는 특징이 있고 분당은 강남·판교와 상관성을 띄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경기 남부권에서 전자·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용인·광교·동탄·평택 이슈들도 분당 일대 집값을 밀어 올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일산의 경우 강남권과 거리를 비롯해 일자리 수요와 향후 산업 이슈 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베드타운(Bed town)으로써의 역할만으로는 주택 가격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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