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환 비난하지마, 꽤 오래 당했으니까"…美 언론까지 '황당 퇴장'에 편들고 나섰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배지환을 비난하지 마라. 그는 꽤 오랜 기간 불리한 볼 판정을 받아 왔으니까."
볼 판정에 항의하자마자 퇴장 당한 배지환(24,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을 안타까워하고 지지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배지환이 화를 표출할 만했고, 주심의 판정은 분명 잘못됐다고 편을 들어주고 있다.
배지환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23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 7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팀의 2연패 탈출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안타는 생산하지 못했지만, 0-3으로 뒤진 2회말 희생플라이로 팀의 선취점을 뽑으면서 9-4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3-3으로 맞선 3회말 피츠버그가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카를로스 산타나의 역전 솔로포, 잭 스윈스키의 백투백 홈런이 터져 5-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선 배지환이 흐름을 이어 가고자 했는데, 주심 제레미 리핵의 볼 판정이 이상했다.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높은 직구에 스트라이크 콜이 나왔다. 그보다 훨씬 높이 들어간 3구째 직구는 볼. 그리고 4구째 높은 직구가 한번 더 들어왔는데, 2구째 높은 공에 스트라이크 콜을 들은 배지환으로선 방망이를 낼 수밖에 없었고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6-3으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3번째 타석도 마찬가지였다. 샌디에이고 배터리는 집요하게 배지환에게 높은 공으로 승부를 걸어 왔는데,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높은 공이 한번 더 들어왔다. 리핵 주심의 콜은 스트라이크였다. 배지환은 4, 5, 6구째 모두 높은 공에 결국 계속 방망이를 내야 했고 파울 타구를 생산하며 버티다 파울팁 삼진으로 물러났다.
배지환이 폭발한 건 8-4로 앞선 6회말 4번째 타석이었다.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몸쪽 직구였다. 배지환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고 판단했고, MLB.com 게임데이 상으로도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난 공이었다. 그런데 리핵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배지환은 주심을 바라보며 처음 어필을 시도했는데, 리핵 주심은 곧장 퇴장을 명령했다. 이에 흥분한 배지환은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며 '오늘만 벌써 3번째'라는 항의를 했다.
데릭 쉘튼 피츠버그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바로 뛰쳐나와 리핵 주심과 배지환 사이를 가로막았다. 배지환을 진정시키는 데 무게를 둔 움직임이었다. 피츠버그 홈팬들은 주심에게 야유를 보냈는데, 몇몇 팬들은 "쉘튼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 주심에게 더 강하게 어필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피츠버그 지역매체 'DK피츠버그스포츠'의 칼럼니스트 데얀 코바체비치 "배지환을 비난하지 마라. 배지환은 꽤 오랜 기간 불리한 볼 판정을 받아왔다. 루키든 아니든 당신도 그런 상황에 놓이면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피츠버그베이스볼나우는 "배지환이 너무 빨리 퇴장 판정을 받았다. 배지환이 그 정도로 빨리 퇴장을 당하려면 주심에게 해선 안 되는 말을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지환이 주심에게 진짜 욕설을 했다고 의심하는 것보다는 주심의 판정이 섣불렀다는 데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MLB.com은 피츠버그 담당 기자 저스티스 산토스 역시 "주심 리핵이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한 배지환을 퇴장시켰다. 너무 빠른 결정이었다. 배지환은 아마 퇴장하기 전까지 딱 한 문장을 내뱉었을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피츠버그 담당 기자인 코디 던컨은 "솔직히 배지환은 경기 내내 끔찍한 콜을 여러 차례나 받았다. 결국 인내심이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배지환은 이제 메이저리그 2년째인 신인이다. 지난해 10경기 출전에 그쳤으니 사실상 올해가 첫 시즌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긴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판정을 참고 넘어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기자들까지 나서서 선수 한 명의 편을 들어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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