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의의 전당이 허투루 쓰여서야...유명무실한 대관 내규

다단계 수사대상·사기 전과자
국회서 행사 열고 활동 홍보
장소 대관엔 與중진이 서명
“국회 대관 절차 보완해야”

국회 의원회관 [사진=국회 홈페이지]

‘폰지사기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는 업체 회장 A씨와 장애인 상대 사기 전과가 있는 B씨가 지난 주 국회 의원회관에서 행사를 열고 자신들이 임원으로 있는 단체의 활동 계획을 홍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시설을 대관하는 내규가 있지만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민의의 전당 국회가 부적절한 단체 행사에 이용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8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제 봉사단체로 스스로를 홍보하고 있는 C단체는 지난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제 구호 프로젝트 발대식을 진행했다. 대회의실 대관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명의로 이뤄졌으며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행사에 축사자로 참석했다.

또 트로트 가수 등 C단체의 발대식을 축하하는 연예인들이 섭외돼 주로 고령층 어르신들이 행사장에 많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단체 부총재인 A씨가 운영중인 회사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사업구조와 수익성에 대한 검증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자체 플랫폼내 NFT(대체불가토근) 투자 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 폰지사기 형태일 수 있다”며 A씨 회사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A씨 회사는 C단체를 후원중이다.

게다가 C단체 총재인 B씨 역시 사기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2018년부터~2019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장애인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 보험급여 4억2900만원 가량을 가로 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이에 불복했으나 지난해 1월 대법원(2021도15413)을 통해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이처럼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단체가 국회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국회 사무처 일각에서는 “대관 절차와 규정을 보다 엄격히 보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A씨 회사가 후원하는 협회의 국회 행사 대관을 도왔다가 논란이 일자 취소한 바 있다.

현재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 제6조(허가의 제한)는 대관을 제한할 수 있는 경우를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규정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민원을 받은 국회의원이 행사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빌려주기만 하면 국회 대관이 가능한 구조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부단체들이 국회라는 장소가 갖는 권위를 불순한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C단체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축사’에 참여하지도 않은 현역 국회의원을 축사자 명단에 넣어 홍보하기도 했다.

축사자로 나선 황교안 전 총리와 윤상현 의원 측은 “국제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로 소개받았고, 선한 취지의 행사로 인지해 행사 관련 요청을 수락했다”며 “해당 단체 임원들 관련 법적인 문제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의심스러운 단체가 마음먹고 국회를 속이려 들면 이를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국회 안에서 사진 한장 찍기 위해 무리하게 민원하는 단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