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만경영 묵인하고 TV조선 재승인 방해한 '한상혁 방통위'
방통위, 2017년 KBS 재허가 당시
‘상위직급 비율 감축’ 조건 부여
2019년에야 정원표 개정한 KBS
최상위직급 늘려 목표치 이행 안해
방통위, 2020년 재허가에서 묵인
TV조선 점수는 조작해 재승인 방해
점수 들은 한상혁 “욕 먹겠네”
채점결과 바꿔 ‘유효기간 3년’ 부여
방송통신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위원장 시절 상위직급 비율이 57%가 넘는 KBS의 방만경영을 묵인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반면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인 TV조선에 대해서는 평가 점수를 조작하는 등 재승인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KBS 상위직급 57% 넘는데 묵인
감사원이 28일 공개한 방통위 정기감사 보고서를 보면 방통위는 2020년 12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2020년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를 심의·의결하면서 KBS에 대해 상위직급 비율 감축 조건을 부가하지 않았다.
앞서 방통위는 3년 전인 2017년 12월 KBS에 2017년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결과를 통보하면서 “과다한 상위직급 비율을 감축하는 등 직제규정의 정원표를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을 재허가 조건으로 달았다.
이는 당시 감사원이 KBS 기관운영감사 결과 “상위직급이 전체 직원의 60% 이상을 차지해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사장에 주의를 요구하고, 직제규정의 정원표를 개정하도록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2017년 기준 KBS의 ‘2직급을’ 이상 인원 비율은 전체 4602명 중 2765명으로 60.1%에 달했다.
KBS가 이러한 재허가 조건을 기한(2018년 6월 말) 내 이행하지 않자 방통위는 2018년 12월 ‘상위직급 비율을 감축하는 등 정원표를 개정하라’며 시정명령 처분을 통지했다. 이듬해인 2019년 8월에도 시정명령 처분을 재차 통지했다.
KBS는 같은 해 10월에서야 최상위 2개 직급(관리·1직급)을 폐지하고 2직급(G1·G2직급) 정원을 통합정원에서 분리하는 내용의 정원표 개정 결과를 방통위에 통보했다. 그러면서 “고강도 인력 관리를 통해 향후 5년 안에 2직급 이상 정원을 400명 이상 감축해 상위직급 현원 비율을 50% 이하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KBS의 정원표 개정에 대해 “종전의 최상위 2개 직급 정원을 일몰제가 적용되는 G0직급으로 변경하면서, 이와 별개로 새로운 최상위 직급인 책임직급(M1·2·3직급)을 신설했다”며 “최상위 직급 정원을 종전의 401명에서 763명으로 늘리는 등 2017년 재허가 조건의 취지에 맞지 않게 정원표를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방통위가 2020년 KBS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같은 해 7월말 기준 KBS의 G2직급 이상 비율은 57.4%로 개정된 정원표 적용 직전인 2019년 말 상위직급 비율 56.5%보다 높았다. 2019년 목표치인 55.9% 및 2020년 목표치 54.6%도 초과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KBS가 2017년 부여한 재허가 조건을 이행한 것으로 판단, 2020년 12월 재허가를 의결하면서 상위직급 비율 감축 관련 조건을 부가하지 않았다. 한상혁 전 위원장은 2019년 9월 취임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KBS의 G2직급 이상 상위직급 비율은 56.8%로 목표치인 51.6%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높다. 감사원은 “개정된 정원표를 적용하기 직전 연도인 2019년 56.5% 보다 늘어나 있는 등 정원표 개정을 통한 감축 효과가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방통위원장에 대해 ‘앞으로 재허가 조건의 이행 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TV조선엔 점수 바꿔 '과락' 부여
감사원은 이날 2020년 방통위의 TV조선 종편 재승인 심사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양모 전 방송정책국장과 차모 전 운영지원과장을 각각 파면, 해임하라고 방통위에 통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방통위는 2020년 3월 종편채널 재승인 심사점수 채점 결과 TV조선의 총점이 재승인 기준인 650점을 넘고 중점심사사항(방송의 공적 책임)에서 과락도 없자 부당한 사후 수정을 통해 점수를 낮췄다.
채점 다음날 아침 양 전 국장은 당시 한 위원장에게 전화해 TV조선이 조건 없는 재승인 기준을 충족하는 점수를 획득한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는 등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사표명을 했다.
이후 양 전 국장은 심사위원장인 윤모 교수를 불러 심사점수 집계 결과를 알려주면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수정해 결과를 바꾸자고 제의했다. 이에 심사위원 두 명이 심사평가표를 사후 수정하면서 TV조선의 중점심사사항 점수는 105.95점에서 104.15점으로 낮아져 기준점인 105점에 미달하는 과락이 발생했다.
방통위는 이같이 수정된 채점 결과를 토대로 TV조선에 ‘유효기간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을 부여했다.
감사원은 방통위가 당초 규정과 달리 허위 법률자문을 근거로 유효기간을 단 3년으로 부당하게 단축한 것도 문제라고 판단했다.
원래 방통위의 기본계획과 세부계획 등에 따르면 총점 650점 이상을 획득한 방송사업자에는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 부여해야 한다. 중점심사사항 점수 미달은 유효기간과 관련이 없고 단지 조건부 재승인이나 재승인 거부 여부에만 영향을 주게 돼 있었다.
그런데 방통위는 당시 다른 종편채널인 채널A의 취재 윤리 위반 및 재승인과 관련한 법률자문을 받으면서 TV조선의 재승인 유효기간에 대해서도 함께 법률자문을 받은 것처럼 허위로 보고서를 꾸몄다.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기본계획과 달리 승인 유효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가 법률자문의 요지였다.
방통위가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외부 추천으로 선정하기로 한 시청자·소비자 분야 심사위원 3명을 외부 기관이 아닌 방통위 상임위원이 추천한 사람으로 모두 선정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 결과 이미 심사위원 후보군에서 탈락했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 X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한 전 위원장은 민언련 방통위원장 취임 전까지 민언련 공동대표를 지냈다.
X교수는 TV조선 심사에서 중점심사사항 등 항목에 대해 심사위원 중 최저점수를 부여했다. 다른 심사위원(Z)은 TV조선에 대한 심사점수를 방통위 요구를 받고 부당하게 수정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7~8월 방통위 감사과정에서 이 같은 위법사항을 확인해 같은해 9월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올해 5월 한 전 위원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30일 한 전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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