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경기 전패 했는데 “전술은 문제 없다”“랭킹 시스템 때문”…‘투잡’ 뛰는 세자르 대표팀 감독의 이상한 변명

지난 27일 VNL 불가리아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세자르 곤살레스 배구 대표팀 감독(가운데). 대한배구협회 제공

“전술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제 대회 수준이라는 맥락을 이해하고 익숙해지고, 적응하는게 부족한 것 같다.”

지난 27일 경기도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불가리아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2-25 18-25 26-24 15-25)으로 패한 뒤 세자르 곤살레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이 꼽은 패인이다.

이날 패배로 여자배구대표팀은 올해 VNL에서 9경기를 모두 패했다. 지난해 VNL에서는 12경기에서 전패했다. 곤살레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거둔 성적이다.

지난 27일 VNL 불가리아전에서 파이팅하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대한배구협회 제공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4강 진출을 쓴 한국 여자배구는 이후에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표팀 간판이었던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것도 영향이 적지 않았지만 이후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좀처럼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21년 10월 지휘봉을 잡은 곤살레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시작하면서부터 대표팀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령탑은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도 “(선수들이) 국제 수준의 퍼포먼스에 익숙해지는게 필요할 것 같다. 이 수준이 요구하는 레벨에 맞춰 연습을 계속해야할 것 같다”며 책임을 선수단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맞춰가고 훈련을 하다보면, 저희의 최고의 모습 버전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냥 낙관적으로 말했다.

곤살레스 감독은 부임 후 많은 잡음을 빚어내고 있다. 그는 한국 대표팀 지도자로 부임할 때부터 터키 프로팀 바키프방크를 지휘했고, 지난 14일엔 프랑스 클럽인 넵튠스 드 낭트 감독으로 부임했다. 대표팀 감독 일은 ‘투잡’에 속한다. 클럽팀과 대표팀 감독을 동시에 맡는건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대표팀이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책임이 적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곤살레스 감독은 소속팀 일정 때문에 대표팀 일정에는 뒤늦게 합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곤살레스 감독은 “그런 의견에 대해서는 이해를 한다”면서도 “나에게 주어진 직무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오히려 한국 대표팀보다는 구단이 불만을 가져야하는 일”이라는 답을 내놓아 의구심을 자아냈다.

여자 배구의 세계 랭킹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28일 FIVB가 발표한 세계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34위까지 밀렸다. 대표팀은 2021년 12월 세계랭킹 14위를 기록한 이후 20계단이나 내려갔다. VNL에서 패배가 쌓이면서 랭킹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곤살레스 감독은 랭킹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에는 참가하지 않는 팀들이 점수를 챙겨가서 우리같이 참가하는 팀들이 점수를 모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고 답했다.

대표팀이 고전하면서 2023년 파리올림픽 출전권 획득 가능성도 희미해지고 있다.

곤살레스 감독은 “랭킹 시스템 때문에 올림픽에 가는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상위 랭킹을 기록하고 있는 팀들과 올림픽 예선전에서 같은 조에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에 갈 수 없게 된다면 감독으로서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며 자신의 퇴단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놨다. 그의 계약 기간은 2024년까지로 올림픽 진출에 대한 책임이 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국제 무대에 대한 벽을 실감하고 있다. 강소휘는 “부끄러움도 많이 느꼈고 국내 리그에서 안일하게 배구하지 않았나싶다. 모든 선수들이 마음 가짐을 다시 잘 잡고 좀 더 배구를 잘 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방법’은 선수들 뿐만이 아니라 감독이 우선적으로 찾아야한다. 하지만 세자르 감독의 발언을 보면 딱히 돌파구가 없어보인다.

앞으로 대표팀의 일정도 험난하다. 앞으로 맞붙게 될 도미니카 공화국(29일), 중국(7월1일), 폴란드(7월2일)은 모두 세계랭킹 10위권 내 팀들이다. 대표팀은 최악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칠 가능성이 높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