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반도체 수출 회복에도 수출은 ‘마이너스’

박상영 기자 2023. 6. 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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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하반기 수출 전년 대비 3.1% 감소
반도체 바닥 찍고 회복, 자동차·석유제품 부진
미 금리 인상·중국 경기둔화 등 대외 여건 어려워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최근의 반도체 수출 회복에도 올해 하반기 전체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상반기보다 수출 하락 폭이 둔화하면서 ‘상저하고’의 모습은 보이지만, 불투명한 대외 여건으로 반등 폭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무역적자 폭이 줄어들어 연내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으나,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한 결과인 ‘불황형 흑자’ 모습을 띨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8일 발표한 ‘하반기 무역·통상 환경 전망 발표’를 보면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4.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감산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재고 감소와 가동률 개선으로 상반기 수출 감소 폭(-28.6%)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무협은 3분기부터는 휴대폰 등 일부 정보기술(IT) 기기 출하량이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모바일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D램 가격 내림세도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 가격도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반도체 경기 회복에도 무역협회는 하반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한 3227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수출을 이끌었던 자동차 수출이 수요 감소로 하반기에는 제자리걸음에 그치는 데다, 석유제품(-16.8%)과 일반기계(-1.6%) 품목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8.1%), 철강(1.2%) 품목이 하반기에는 증가세로 돌아서지만 전체 수출액을 반등으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실제 대내외 수출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경기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경기 회복 형태가) ‘V자형’ 보다는 ‘U자형’ 반등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며 “U자 아래 곡선이 옆으로 얼마나 더 길게 갈지도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수출 회복 속도가 상당 기간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회복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수출 하락 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회복을 말하기에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길어지고 중국 경기도 여전히 어려워 ‘상저하고’ 시점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무역적자는 개선되는 모습이다. 무협은 하반기 무역적자 폭이 12억 달러로, 상반기(-283억달러) 대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수출 증가보다 수입(-12.4%)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무협 관계자는 “수출 증가 폭이 수입 증가 폭을 웃돌면서 무역적자가 줄어들게 되면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현재는 수입 규모 자체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협은 수출과 수입 모두 줄면서 올해 무역 규모 자체가 1년 전과 비교해 1236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기 전망도 여전히 어둡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금융업을 제외한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7월 종합경기 BSI는 95.5를 기록했다. 전경련 BSI가 기준선 100보다 높으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전월보다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제조업 BSI는 89.8로, 지난해 4월부터 16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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