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솜방망이 처벌 없어진다…특허청, 양형기준 개정 나서

28일 방지대책 발표, 분쟁해결종합지원센터서 '원스톱'
시정명령·과태료 도입…행정조사 기간 11→6개월 단축
한국형 증거 수집·아이디어 원본증명제도로 입증 용이

[대전=뉴시스] 28일 이인실 특허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술탈취 방지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기술탈취 분쟁 시 특허청의 행정조사와 조정, 기술경찰 동원까지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한 원스톱 해결체계가 구축된다.

또 영업비밀 유출 범죄에 대해 대검찰청·사법부와 함께 법원의 양형기준 개정이 추진돼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억제력이 강화된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28일 정부대전청사서 ▲원스톱 분쟁 해결 체계 구축 ▲솜방망이 처벌 문제 해결 ▲보호 사각지대 해소 등을 골자로 하는 '기술탈취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 청장은 "기업 간 거래·교섭 과정에서 제공된 아이디어 탈취 문제, 내부 직원 또는 경쟁사에 의한 기술유출 등 기술분쟁 상황에서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종합 해결방안"이라며 "이번 대책은 당정 협의, 기업인과 전문가가 참여한 토론회 등을 거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기술탈취 방지대책에 따르면 특허청의 행정조사, 분쟁조정, 기술경찰 수사 간의 연계기능 강화를 통해 원스톱 분쟁 해결체계가 구축된다.

이를 위해 '산업재산 분쟁 해결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 분쟁조정, 행정조사, 기술경찰 수사를 종합적으로 관리·지원하며 중장기적으로 '산업재산 분쟁조정법(가칭)'을 제정해 산업재산 분쟁조정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에 들어간다.

이 청장은 "아이디어 탈취에 대한 행정조사는 시정권고 및 미이행 시 공표만 가능해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시정명령 제도와 불이행 시 과태료 부과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기술분야별 전문조사관 체계 구축, 아이디어 탈취 사건 우선 처리 등으로 11개월이 걸리는 아이디어 탈취의 행정조사 기간을 6개월로 대폭 단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기업이 증거 불충분 등으로 패소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조사 및 분쟁조정 자료가 법원의 소송증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록 송부 요청제도'도 개선하며 의도적 조정 불응에 대한 행정조사, 분쟁조정 자료의 행정조사 또는 기술경찰 이관 근거 마련도 추진된다.

법적 처벌도 강화돼 특허청은 영업비밀 유출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위해 대검찰청·사법부와 함께 법원의 양형기준 개정에 나섰다.

지난해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약 15개월로 최대 징역 15년인 법정형에 비해 매우 낮고 75.3%가 집행유예를 받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많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대검찰청과 함께 영업비밀 유출 범죄의 양형기준 상향을 주요 골자로 하는 기준 정비 제안서를 양형위원회에 지난 4월 제출했고 양형위원회에서 지식재산권 범죄를 정비 대상으로 선정, 내년 4월까지 양형기준이 정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피해기업이 침해 입증과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증거수집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법관이 지정한 전문가가 침해 현장에서 직접 자료를 조사하는 '한국형 증거 수집 제도'가 도입되며 법인의 조직적인 영업비밀 유출행위에 대한 벌금형은 자연인의 3배까지 높아지고 2차 피해 차단을 위해 제조설비를 몰수하는 제도 개선도 이뤄진다.

이와 함께 사업 제안, 거래 교섭, 협상 과정에서 아이디어 탈취 방지를 위해 아이디어의 구체적 내용과 거래 교섭 시 교환한 자료를 전자문서로 등록해 피해 발생 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 원본 증명제도가 도입된다.

이 청장은 "아이디어 거래 교섭 등 본 계약 체결 전에도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특허청의 기술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심판 역할을 지속 강화해 기술탈취 분쟁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s050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