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29일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발표”, 韓 정부 “의미 있는 결과 기대”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3. 6. 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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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보관된 엔화 지폐.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정부가 8년 전에 중단했던 통화 교환(스와프) 협정을 재개(再開)하기로 합의하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일본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으로 중단됐던 양국 간의 관계 복원이 재무 협력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 위기 등이 발생할 경우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차입하는, 일종의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이다. 제2의 외환 보유액으로도 불린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도쿄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담을 한 뒤 통화 스와프의 재개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스와프 규모 등에 대한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일 재무장관 회담은 2017년 8월 이후에 약 7년 만이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양국 간 경제·금융 협력의 복원을 상징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충돌하면서 촉발된 수출 규제 등 무역 갈등이 지난 27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으로 일단락됐다면, 통화 스와프를 통해 금융으로 연결의 통로를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양국은 외환 위기 이후인 2001년 7월 70억달러(약 9조1400억원) 규모로 한·일 통화 스와프를 처음 체결했고 2011년엔 규모가 7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2013년 이후 반복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A급 전범이 합사된 신사) 참배 등으로 양국 관계가 점점 껄끄러워지면서 2015년에 결국 계약이 연장되지 않고 중단됐다.

지금은 한국의 경제 체력이 강해진 데다, 외환 보유액(5월 기준)도 4210억달러(약 55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외환 위기 탓에 엔화를 빌려와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여전히 준(準)기축통화인 엔화의 안정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은 분명 있다.

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와 관련, 한국 정부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앞서 지난달 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번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통화스와프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회의 전인 만큼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양국 간 긍정적 기류가 오가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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