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김동욱, 이보다 출중한 젊은 연기 고수들 또 없습니다('이로운 사기')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는 '믿보배' 드라마다. 천우희와 김동욱이라는 젊은 연기 고수들, 출연작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출연작이다. 특히 영화 위주로 활동을 하던 천우휘가 <멜로가 체질>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면서 관심이 더해졌다.
<이로운 사기>는 '공감불능의 사기꾼 이로움(천우희)과 과공감 변호사 한무영(김동욱),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절대악을 향한 복수극이자 짜릿한 공조 사기극'이라는 공식 설명대로 이로움의 복수극에 한무영이 참여하는 스토리다.
어린 시절 범죄의 도구로 키우고 삶을 망쳐버린 단체 '적목'을 향한 이로움의 복수극인데 이 과정에서 비상한 두뇌를 활용해 벌이는 사기가 주무기가 된다. 한무영은 이로움의 처지에 공감해 본인에게는 해가 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복수를 돕는다. 이로움의 사기가 제3자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필터링 역할을 하면서 이로움도 타인과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로운 사기>는 최근 트렌드인 하이브리드 드라마다. 멜로와 스릴러처럼 과거에는 한 드라마에서 만나기 힘든 장르나 드라마적 요소들을 뒤섞어 시청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하고 작품의 생동감도 높여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로운 사기>에는 사기를 수행하는 케이퍼를 비롯해 미스터리, 느와르,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하고 있다. 심지어 이로움과 한무영은 남녀 주인공이지만 버디 무비적인 성격까지 있다. 일반적인 드라마의 멜로 구도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두 주인공이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며 서로에게 동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로운 사기>에 천우희와 김동욱보다 나은 캐스팅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선악을 오가며, 밝고도 어두운 인간의 다면적 본질을 그동안 작품에서 잘 구현해 온 이 두 배우는 <이로운 사기>에서도 피가 튀는 복수의 잔인함, 냉소적인 코믹함, 그리고 서로 대립하는 상황의 반복에서 자라나는 관계의 훈훈함 등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천우희는 표정이나 동작 등 연기의 시각적 측면뿐 아니라 매력적인 목소리와 정확한 딕션도 큰 장점인데 이는 <이로운 사기>가 시청자에게 작중 인물이 직접 말을 거는 방백 형식의 설명을 독특하게 채택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극 중 인물 구도상 공격수라 할 이로움을 천우희가 화려하고 돋보이게 그려내고 있다면 김동욱은 이로움을 뒷받침해주는 수비수 같은 한무영의 역할을 튀고자 욕심 부리지 않고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끔 공격에 날카롭게 가담하는 수비수처럼 한무영이 이로움을 제어하고 관계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순간에는 번뜩이고 묵직한 존재감도 보여준다.
투톱 배우들 연기 못지않게 다른 조연들의 개성도 돋보인다. 주조연이라 할 고요한(윤박)은 물론 이로움의 사기 패거리인 정다정(이연), 나사(유희제), 링고(홍승범) 등 작품의 조연들은 하나하나 각각의 뚜렷한 색깔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로운 사기>는 좋은 배우들의 든든한 연기에 힘입어 남다른 시도를 한다. 사기와 공감이라는, 기존에는 이질적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을 엮어 본다. 사기극, 케이퍼 무비는 사기를 벌이는 구성원끼리 힘을 합쳐 사기를 완성해 목표를 달성하면 그 다음은 사기단 내부에서 서로 간의 사기극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서다.
반면 <이로운 사기>는 이로움의 사기가 목적을 달성해도 가장 중요한 사기 멤버인 한무영의 배신은 없을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다. 한무영은 사기로 얻게 되는 이득을 목적으로 사기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이로움과의 공감을 위해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로운 사기>는 복수와 공감이라는 두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 같은 작품이다. 두 철길이 함께 목적지에 다다를 때 비로소 마무리될 분위기다.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선 현재 이로움은 밀어내던 한무영에게 점차 공감을 싹틔우며 변해간다.
처음엔 이로움을 돕기 위해 복수에 나섰던 한무영도 최근 방송분에서는 마침내 이로움의 복수가 자신의 복수이기도 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복수와 공감이 하나가 된 것이다. <이로운 사기>는 이런 전개의 끝에 있는 엔딩이 특히 궁금해진다. 복수, 공감 이질적 재료를 뒤섞어 한참을 조리해 하나로 버무려진 요리가 어떤 풍미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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