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전곡’ 거장 부흐빈더…“인생은 언제나 크레센도”

허진무 기자 2023. 6. 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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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내달 9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전곡 연주 60회째지만 매번 배워”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28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를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7)가 2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연주하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부흐빈더는 “베토벤은 나에게 하나의 혁명이자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작곡가”라며 “이번 전곡 연주가 60회째지만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부흐빈더는 28일 저녁 첫 공연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3악장을 연주했다. 부흐빈더는 “베토벤의 모든 소나타를 사랑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모든 곡이 어렵다”며 농담을 건넸다. “젊은 시절에는 ‘이런 해석만이 절대적’이라는 좁은 관점으로 베토벤 소나타를 대했어요. 지금은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더 많은 음악적 요소를 연구하죠. 집 안에서도 피아노를 공부할 수 있지만 진짜 공부는 무대에서 해요. 무대에선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극적으로 느껴지죠.”

부흐빈더는 2014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세계를 돌며 전곡 연주를 펼쳐왔다.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로 100장이 넘는 음반을 냈지만 특히 수려한 베토벤 연주로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부흐빈더도 “제가 베토벤만 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베토벤은 제 인생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부흐빈더는 “베토벤의 인생에서 사랑에 빠졌거나, 화가 났거나, 즐거웠던 순간이 소나타에 반영돼 있다”고 했다. “베토벤은 극단적인 사람이었어요. 보통 작곡가는 ‘포르테’(세게)에서 ‘피아노’(여리게)까지 사용하지만, 베토벤은 ‘포르테시모’(아주 세게) 다음에 ‘피아니시모’(아주 여리게)를 치죠. 베토벤을 평면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부흐빈더는 5세에 빈 음악원에 입학한 천재였지만 젊은 시절에 ‘스타’가 되진 못했다. 20세에 출전한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선 5위에 그쳤다. 하지만 오랜 세월 베토벤 연구에 천착한 결과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제 인생은 언제나 크레셴도(점점 세게)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생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군요.”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28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흐빈더는 직접 베토벤 악보 39개 판본을 수집할 만큼 유별나게 베토벤을 사랑한다. 그는 “음악에 나의 개성을 녹이고 싶은 마음은 없고, 베토벤을 향한 애정을 담겠다”며 “24시간 동안 베토벤의 방에 앉아 베토벤이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굉장히 작은 방에서 자랐는데, 그 방에는 업라이트 피아노가, 피아노 위에는 라디오가, 라디오 위에는 베토벤의 두상이 있었어요. 이 두상에 대한 기억은 평생 저를 따라다녔어요.”

부흐빈더의 전곡 연주는 7일에 걸쳐 나눠 열린다. 28일 1번·10번·13번·4번·14번 ‘월광’, 오는 30일 5번·12번·22번·17번 ‘템페스트’·18번, 다음달 1일 3번·19번·26번 ‘고별’·7번·28번, 다음달 6일 6번·24번·16번·29번 ‘함머클라비어’, 다음달 7일 2번·9번·15번 ‘전원’·27번·23번 ‘열정’, 다음달 8일 11번·20번·8번 ‘비창’·25번·21번 ‘발트슈타인’, 다음달 9일 30번·31번·32번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부흐빈더의 여덟 번째 내한이다. 2012년 처음 방문한 이후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제외하면 매년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 오는 것을 즐깁니다. 전곡 연주도 오래전에 계획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져서 이제야 하게 된 것이죠. 한국에는 굉장히 좋은 청중이 있어요. 어떻게 한국 젊은이들에게 클래식이 전파됐는지 정말 놀라워요. 지금 유럽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 이상 유지되고 있지 않죠. 제게는 전곡 연주가 60회라서 특별한 것이 아니고 서울에서 연주하는 것이 특별해요.”

빈체로 제공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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