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성능 AI칩도 중국수출 제한한다

수출 통제 확대···내달 시행
中선 엔비디아칩 밀수 급증

[서울경제]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지난해부터 공급해온 ‘중국용’ AI 반도체들까지도 수출길이 막힐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엔비디아 등 미국의 AI 반도체 업체들이 라이선스(정부 허가) 없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 AI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 조치를 다음 달께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명문화하고 확대하는 최종안의 일환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조치에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으로 개량한 AI 반도체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수출 통제가 시작되자 엔비디아는 미 상무부가 정한 성능 최고 값에 못 미치는 반도체 ‘A800’을 중국 시장용으로 제조했다. 기존에 데이터센터에서 널리 쓰이던 첨단 반도체 ‘A100’의 사양을 낮춘 것인데 중국 업체들은 이후 이를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미국의 확대된 제한 조치는 ‘A800’의 수출에도 라이선스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AI 반도체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이 군사용으로 AI를 개발하는 데 대한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WSJ는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 일정이 완료된 후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견제의 고삐를 죄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엔비디아 반도체 밀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AI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어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중국 시장에서는 대체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