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등 'AI칩' 中수출 제한 확대한다…"밀수 더 늘어날 것"

WSJ "재무장관 방중 후 AI칩 수출규제 최종안 발표",
'중국용' 엔비디아 A800도 제한 품목에 포함될 듯…
SCMP "규제 후 중국 엔비디아 칩 밀수 시장 급성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칩 수출을 추가로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추가 조치가 나오면 수출 제한 품목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800 등 저사양 칩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칩에 대한 중국의 밀수 시장 규모가 한층 커지는 등 미국 반도체 업체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이르면 내달 초 미국 AI 칩의 중국 수출에 대한 추가 제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AI 기업에 대한 클라우드 서비스 임대를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중국 AI 기업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이번 조치가 상무부가 앞서 발표한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명문화하고, 확대하는 최종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제한 발표 시점은 오는 7월 초로 예정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소식통은 "미 행정부는 중국의 분노를 피하고자 (추가 조치 발표 시점을) 옐런 장관의 방중 일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리창 중국 총리는 27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다보스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 "어떤 산업망에 위험이 있더라도 어떤 정부나 정부 관련 조직이 나선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새롭게 제기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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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저사양 칩 수출도 제한될 듯…中 밀수 규모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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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에 따르면 상무부의 이번 제한 조치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한 저사양 칩 'A800'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자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와 AMD 등이 생산한 최첨단 AI용 칩의 대중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자사 첨단 GPU인 A100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고, 중국 수출용으로 저사양 칩 A800을 개발했다.

WSJ은 "미국은 라이벌(중국)이 AI로 화학무기나 악성 컴퓨터 코드를 생성할 수 있고, AI가 탑재된 무기로 전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AI를 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의 기업 운영에 마치는 영향을 최소화면서 핵심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최대 과제"라고 짚었다.

미국은 현재 대중 수출 규제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기업과 동맹국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상무부의 추가 제한은 중국이 아닌 미국 업체 엔비디아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엔비디아 GPU에 대한 중국 밀수 시장 규모가 한층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수출 제한 이후 중국에선 엔비디아 첨단 GPU A100, H100 관련 밀수 시장이 이미 급성장했다. 엔비디아 첨단 GPU 밀수 중개업자 중 하나인 상하이 반도체 엔지니어 탕(Tang)씨는 SCMP에 "엔비디아 첨단 GPU 'A100'은 AI 스타트업이 밀집한 상하이 등 창장 삼각주 지역에서 현재 13만~15만위안(약 270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엔비디아가 책정한 소매가 1만달러(약 1305만원)의 약 두 배 수준으로 엔비디아 GPU 밀수가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됐다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