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노리는 스윙, 홈런 날리기 위한 조건 [컴퍼니+]
4년 새 매출 128배 증가
업계 유일 3년 연속 흑자
슈퍼앱 전략은 IPO 포석
청사진만으론 평가 무리
실질적 수익성 입증해야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더스윙(THE SWINGㆍ이하 스윙)'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매출은 4년 만에 128배로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스윙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PM 업계 최초의 기업공개(IPO)란 꿈도 꾸고 있다. 하지만 스윙의 IPO 여정엔 풀어야 할 난제가 놓여 있다.
거리를 걷다 한번쯤, 길가에 세워져 있는 '이것'을 본 적이 있을 거다. 맞다. '이것'은 대표적인 개인형 이동장치(PMㆍPersonal Mobility)로 꼽히는 공유 전동킥보드다.
현재 우리나라엔 25만여대의 전동킥보드가 있다(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 놀라운 건 그중 10만대가량을 모두 한 업체에서 운영ㆍ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공유 전동킥보드 시장의 1위 사업자 '더스윙(THE SWINGㆍ이하 스윙)'이 주인공이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공유 전동킥보드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만큼 스윙의 실적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9년 3억6851만원에 불과했던 스윙의 매출은 지난해 470억3231만원으로 128배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적자(-8억6734만원)에서 2022년 흑자(27억4278만원)로 돌아섰다.
주목할 점은 여기서부터다.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스윙은 PM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노리고 있다. 물론 아직 정확한 시점조차 정해지지 않은 먼 미래의 일이긴 하다. 다만, 스윙은 최근 "(금융, 배달, 쇼핑, 게임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한데 모아놓은) 슈퍼앱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IPO를 위한 포석을 놓기 시작했다.
사실 모빌리티 업계에서 슈퍼앱은 그리 색다른 전략이 아니다. 택시호출, 승차공유, 렌터카 등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 대다수가 이미 슈퍼앱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만, 스윙이 슈퍼앱을 추구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이륜차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론칭한 오토바이 리스 서비스 '스윙 바이크'가 대표적이다.
스윙 바이크의 주고객은 배달 대행사다. 배달업은 단기 일자리란 특성상 라이더의 근속 기간이 짧은 편이다. 이 때문에 대행업체들은 라이더가 바뀔 때마다 추가 비용을 들여 새로운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오토바이 리스 계약이 '월 단위'라는 점도 부담이다. 기껏 빌려놓은 오토바이를 탈 라이더가 부족하면 불필요한 비용만 지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스윙 바이크는 배달 대행시장의 이런 빈틈을 메우면서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스윙 전체 매출의 21.3%에 해당하는 수치다.
스윙은 여세를 몰아 배달 대행 사업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배달 전문 대행사 '스윙딜리버리'를 통해서다. 여기엔 오토바이 관리→오토바이 리스→배달업 운영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수직계열화'로 비용은 절감하고,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스윙이 기존 업체 대비 10% 이상 저렴한 배송단가를 전략으로 내세운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스윙은 두가지 브랜드(스윙 바이크ㆍ스윙 딜리버리)를 통해 고객 유지율(리텐션ㆍRetention)을 끌어올린 후 대리운전, 프리미엄 밴 등의 '4륜구동'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발판으로 이륜차와 사륜차를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스윙의 포부다.
슈퍼앱 전략의 맹점
하지만 슈퍼앱 전략이 IPO 시장에서 통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중에선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쏘카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쏘카는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슈퍼앱 전략의 일종인 '스트리밍 모빌리티' 플랜을 내놨다. 쏘카 앱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끊김 없이, 연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럼에도 상장 당시 쏘카의 기업가치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적어도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상장 첫날 쏘카의 시가총액은 916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IPO 시장이 최악의 불황을 겪었단 점을 감안해도, 아쉬운 성적이다. 쏘카의 IPO 부진은 기업의 청사진이 시장에서 '합격점'을 따내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나라 IPO 시장의 속성에 기인한 현상이기도 하다. 황용식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투자자의 개념은 크게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로 분류할 수 있는데, 국내 IPO 주관사는 재무제표 등의 수치적 지표를 중요시하는 FI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재무적 관점만 고수하면 기업의 미래 계획, 체계와 같은 전략적 가치가 기업평가에 반영이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그렇다고 SI의 관점에서만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전략적 지표는 화려한데 숫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은 부지기수다. 결국 기업으로선 재무적 지표를 더 튼실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스윙도 예외는 아니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선 스윙은 먼저 슈퍼앱이란 전략을 재무적 성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스윙이 꺼내든 카드는 '운영 중심의 플랫폼'이다. 이 말의 뜻을 좀 더 자세히 따져보자.
스윙은 PM 시장에 적극적으로 긱워커(Gig Workerㆍ초단기 노동자)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긱워커를 통해 잉여 시간은 최소화하고, 서비스 가동률은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전동킥보드 수거자가 남는 시간엔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는 식이다. 서비스와 서비스 간 연계적 공급을 통해 강력한 고객유지율을 확보하고, 이로써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게 스윙의 '마스터플랜(기본계획)'이다.
IPO 향한 스윙의 난제
중요한 건 스윙의 과제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다. 스윙이 슈퍼앱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공유 전동킥보드란 '본업'이 밑바탕 돼야 한다. 본업의 정비 없인 슈퍼앱도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앞서 언급했듯, 공유 전동킥보드 시장에서 스윙의 실적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스윙이 넘어야 할 관문은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공유 전동킥보드 시장의 안전과 법제를 둘러싼 논란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업계엔 미성년자 탑승, 불법주정차, 헬멧 미착용 등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스윙은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자 중 유일하게 면허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지정주차구역(파킹존)을 설치하고 있지만 시장의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하고 있다.
이런 논란은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쁜 인식이 쌓이다 보면 공유 전동킥보드 시장이 위축되고, 파이도 쪼그라들 공산이 크다. 스윙에 미래 신사업 플랜만큼이나 전동킥보드 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긴요한 이유다.
스윙 관계자는 "지자체에 여러 가지 협력 제안을 하고 있지만 관련법이 없다보니 (문제 해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미래 설계도와 가시적인 성과, 그리고 PM 시장의 질서 정립까지 스윙의 어깨 위엔 완수해야 할 과업들이 가득하다. IPO를 향한 스윙의 원대한 꿈은 과연 바람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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