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1위 TSMC에 '선전포고'...필승 전략은

임동욱 기자 2023. 6. 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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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서 차세대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업계 1위 TSMC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 성격이 짙다. 삼성이 현재 파운드리사업에서 TSMC 대비 업력, 사업규모, 시장점유율 모두 뒤떨어지는 상황이지만, 기술력을 앞세워 대역전을 꾀하는 '대담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 파운드리 업계의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장비를 활용해 7나노 시스템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고, 첨단공정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위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절대강자 TSMC를 따라잡을 방법은 '기술'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압도적인 기술을 제시해 고객의 저변을 넓히고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전략이다.

현재 파운드리 기술력도 TSMC가 앞선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사장)도 최근 한 강연에서 "냉정하게 얘기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TSMC에 뒤처져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삼성은 TSMC에 4나노는 2년, 3나노는 1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삼성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Gate All Around) 기반 3나노(nm, 나노미터)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했다. 3나노 공정은 현재 반도체 제조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로, 삼성전자는 기존 틀을 깨고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를 3나노에 처음 도입했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 싸는 형태다. 채널의 3개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 구조와 비교해, GAA 기술은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며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채널을 얇고 넓은 모양의 나노시트(Nanosheet) 형태로 구현했는데, 이는 전류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설계에 큰 장점이 있다.

현재까지 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한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안정적인 수율로 GAA 기반 3나노 1세대(SF3E)를 양산 중이며, 2세대 공정(SF3)은 내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TSMC는 기존 구조인 핀펫으로 3나노를 구현했다. 아직까지 완성도 측면에서 여전히 TSMC가 우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2나노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TSMC도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활용할 전망인데, 신기술 도입 시 공정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관측이다. 삼성은 2나노 부터는 TSMC와 최소한 동등하거나 앞선 기술력으로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 사장도 "2나노 공정부터는 업계 1위도 GAA를 도입할텐데, 그때가 되면 (삼성전자가) 1위와 같이 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삼성은 5년 안에 기술로 업계 1위를 따라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포럼에서 2나노 공정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5년에는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양산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업계최초, 세계최초에 대한 도전없이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면 TSMC 또한 차세대 공정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2026년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12.9%로,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연평균 9.1%)을 뛰어넘을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장이 지속되는 파운드리 시장, 삼성이 결코 놓칠 수 없는 승부처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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