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푸틴, 프리고진 사살하려 했다…내가 말려"

프리고진 모스크바 진격 공언에 "벌레처럼 짓밟힐 것"
프리고진, 벨라루스 머물고 있지만…미래 알수 없어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의 반란사태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사살하려 했다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진=AFP)

2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영통신사 벨타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군(軍) 행사에서 지난 주말 바그너그룹이 반란을 일으켰을 당시 푸틴 대통령의 통화를 언급하며 “(당시) 관련자들을 사살하겠다고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푸틴 대통령에게 “나쁜 평화가 어떤 전쟁보다도 낫다”며 프리고진 등의 사살을 만류했다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은 24일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지만 하루 만에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회군을 결정했다. 프리고진은 진격을 멈추는 대신 벨라루스 망명을 보장받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중재 당시 프리고진과의 대화 내용도 밝혔다. 그는 “첫번째 대화에선 30분 정도 욕설만 나눴다”며 “나중에 분석해보니 정상적인 말보다 욕이 10배는 많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스크바 진격을 공언하는 프리고진에게 “당신은 도중에 벌레처럼 짓밟힐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런 식으로 루카셴코와 프리고진은 6차례 협상을 이어갔고, 결국 신변 보장을 조건으로 회군을 이끌어냈다. 당시 푸틴 대통령도 프리고진에게 “약속을 다 이행하겠다”는 뜻을 루카셴코 대통령을 통해 전했다.

현재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어제 그에게 약속했던 신변 보장이 제공됐다”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프리고진 등 바그너 간부들에게 벨라루스군 훈련을 맡길 계획이다. 다만 러시아 권부 안에서 프리고진을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벨라루스에서 계속 머물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부사령관이 프리고진의 반란을 미리 인지하고 지원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박종화 (bell@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