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부유식 SMR 독자모델 개발… “글로벌 시장 주도한다”
한국전력기술은 1975년 설립된 뒤 원자로 계통설계 및 원전 종합설계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원전 설계 공기업으로 발돋움한 데 이어, 이제는 차세대 원전 모델로 주목받는 SMR(Small Modular Reactor·소형모듈원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SMR은 원자로 모듈의 공장 제작이 가능한 전기출력 300메가와트(MW) 이하 원자로로, 노후된 화력발전소를 대체해 탄소 중립을 실현할 뿐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SMR이다.
그런 만큼 현재 전 세계적으로 90여 종의 다양한 SMR이 개발되고 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의 SMR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 이후 전 세계 SMR 시장이 100조원 이상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 부유식 SMR 독자 모델 ‘반디’ 개발
한국전력기술은 일찌감치 선박에 탑재된 원자로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외부에 공급하는 해양 부유식 SMR에 주목하고 독자 브랜드인 ‘BANDI(반디)’ 개발에 나섰다. 해양 부유식 원전은 바다 위 또는 바닷가 등에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육상원전 대비 부지 선정이 자유롭고 섬·오지에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와 함께 수소 생산 설비나 담수화 설비 등과도 연계할 수 있어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한 기술로 꼽힌다. 반디는 그간 한국전력기술이 수행해 온 대형 원전 설계 기술과 운전 경험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고, 기존 기자재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어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력기술은 향후 반디 기술을 고도화해 선박 추진 동력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HD현대중공업과 ‘SMR 기술교류 및 선박 적용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전력기술은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유관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술 교류 및 협업을 통해 국내외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정익 카이스트(KAIST) 교수는 “국제해사기구(IMO)가 공격적인 해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2050년대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를 제시하고 요건을 불만족하는 선박의 운항을 제한할 예정인 만큼, SMR을 선박 추진과 연안 발전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대부분 해외 SMR 개발사는 실제 원전 개발 경험이 부족하고, 조선 산업과의 연계도 긴밀하지 못해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원자력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조선 해양 산업과도 연계가 가능한 수준 높은 엔지니어링 회사가 SMR의 해양 산업 진출을 주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사업 경험에 조선해양 산업 시너지
한국전력기술은 지난 40여 년간 국내외 30여 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하는 등 풍부한 원전 사업 수행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유일 원전설계 전담기관으로서 축적된 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에는 ‘지속가능 성장 및 도약을 위한 노사공동 비전선포식’을 개최하고, 비전 달성을 위한 6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순수 한국형 원자로 및 해양 부유식 SMR(BANDI) 개발’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1000기 이상의 소형 원자로가 건설되면서 시장 규모만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국전력기술은 중장기 기술개발 로드맵에 반디 개발을 반영하고, 상용 원전에서 입증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대형 전력망에 적합한 대형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와 경쟁보다는 분산 전원, 지역난방, 해수 담수화, 원자력-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계통 개발 등 차별화된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반디를 통해 개발된 핵심기술을 적용, 혁신형 SMR(i-SMR) 국가과제에서 설계도 담당한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민간 기업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SMR을 개발하고, 2030년대 SMR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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