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과 싸우던 ‘16세 우크라 소년’이 죽기 직전 남긴 영상 [월드피플+]
[서울신문 나우뉴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에서 러시아 군인들에 저항하다 사망한 16세 소년 2명이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의 27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아조브해에 있는 베르단스크시(市)에 살던 티흐란 오하니시안(16)과 동갑내기 친구인 미키타 칸하노프(16)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해당 지역에서 고향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왔다.
지난해 9월, 오하니시안은 베르단스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러시아군에 체포됐었다. 군사 물류 이동을 방해하기 위해 철도 시설에 접근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친구인 칸하노프도 용의자 중 하나였지만 체포되진 않았다.
오하니시안은 “러시아 군인들이 내게 자백을 요구하며 구타와 고문을 가했다”고 주장했고, 그의 어머니 역시 영국 더타임스에 “내 아들이 러시아군의 전기 고문 및 모의 처형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오하니시안은 모진 고문을 견뎌낸 뒤 풀려났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가족들은 개전 이후 독일로 피신했지만, 그는 고향에 남아 운신이 어려운 할머니 곁을 지켰다. 지난 1월 가족들이 독일에서 들어와 오하니시안을 독일로 데려갔지만, 러시아군은 ‘전과자’인 오하니시안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베르단스크에 남겨진 오하니시안과 칸하노프는 이후 테러혐의로 기소됐고, 러시아 측은 10대 소년 2명에게 징역 20년 형을 선고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인권단체가 두 소년의 석방을 도왔고, 이들은 가택 연금 상태로 러시아군의 위협에 시달렸지만 러시아군에 대한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SNS에 올라온 오하니시안은 피투성이인 손에 총을 든 채 초조한 표정으로 죽음을 언급하며 “우리의 목적은 두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말한 뒤 종적을 감췄다. 이후 오하니시안과 칸하노프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오하니시안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기 30분 전, 그는 독일에 있는 내게 전화를 걸었다. 칸하노프와 함께 있다고 말했고, 곧 있을 칸하노프의 생일을 어떻게 축하해줄지 고민이라며 침착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베르단스크를 점령중인 러시아 군 당국은 지난 24일 두 소년이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 측은 “두 소년은 친우크라이나 테러리스트였으며,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두 소년이 사망에 이른 정확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 소년이 가택 연금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베르단스크를 점령중인 러시아군이 두 10대 소년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위원은 해당 사실을 전하며 “러시아 점령지에서 매일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일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탈환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지난해 가을부터 사망한 두 소년의 가족들과 연락을 이어온 비정부기구(NGO) ‘인권을 위한 미디어 이니셔티브’(MIHR) 측은 “소년의 유가족들은 아직 시신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현재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군의) 미성년자 살해에 대한 형사소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러시아와 싸우다 사망한 두 소년을 ‘영웅’으로 추앙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수치의 명단'에 오른 러시아
한편 유럽의회는 러시아를 향해 “무력 분쟁의 영향을 받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며 결의안을 채택하고 압박했지만, 러시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에게 자행된 심각한 위반 건수가 많다는 것에 경악했다”면서 “특히 학교와 병원, 보호 인력에 대한 공격이 많다는 점, 러시아 정부군과 부속 무장조직이 살해하거나 불구로 만든 어린이가 많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엔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쟁으로 살해된 우크라이나 어린이 477명 가운데 136명은 러시아 정부군과 부속 무장조직, 80명은 우크라이나군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러시아를 ‘수치의 명단’(list of shame)에 올리고, 수백여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살해됐다고 비난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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