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연습벌레' 윈덤 클라크와 줄리 양, 그리고 김치찌개

방민준 2023. 6. 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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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덤 클라크가 202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인 제123회 US오픈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 여운이 이어지고 있다. US오픈이라는 대회의 무게보다 우승자 윈덤 클라크(30)의 사모곡(思母曲) 때문이다.



 



PGA투어 데뷔 5년 차에 134번째 대회 만에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뒤 한 달 만에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인 US오픈을 차지했으니 미디어들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만하다. 여기에 최고의 후원자였던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연과 그 어머니의 'Play Big!'이란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며 인고의 시간을 보낸 스토리가 소개되면서 관련 뉴스가 이어졌다.



 



'큰 바위'와 같은 어머니를 잃고 오클라호마대학에서 한동안 방황하다 옛 스승이 있는 오레곤대로 옮겨 재기에 성공한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이면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US오픈에 대비해 대회장소인 로스앤젤레스CC의 클럽 멤버를 캐디로 모셔 코스의 비밀을 샅샅이 파악했다고 한다. 그동안 PGA챔피언십 공동 75위가 메이저 최고 성적이고 이전 두 번의 US오픈 출전에서 컷 탈락했던 그가 로리 맥길로이, 리키 파울러 등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부단한 연습과 철저한 대비의 덕분이다.



 



그가 얼마나 지독한 연습벌레였던가는 오클라호마주립대 골프팀에 있을 때 같은 팀에서 소속되어 함께 연습했던 양자령(27, 미국이름 줄리 양)의 아버지 양길수씨(63)가 일화를 필자에게 털어놓아 알게 됐다.



 



주니어시절부터 골프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양자령은 공부에 대한 의지도 강해 대학에 들어가 1년 만이라도 공부하고 싶다고 아버지를 설득해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한 뒤 우수한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으로 오클라호마주립대 금융학과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 공부를 하면서 이 대학 골프팀의 핵심선수가 되었다. 



 



이때 서로 친하며 함께 연습한 친구가 같은 학년의 윈덤 클라크였다. 이 대학은 천연 드라이빙 레인지 2개와 숏게임 코스 3개를 갖춰 15~20명의 선수들만 사용토록 했는데 가장 늦게까지 연습장에 남은 사람이 바로 양자령과 클라크였다고 한다. 오클라호마주립대는 골프연습시설은 물론 기숙사, 식당 등 최고의 시설을 갖춰 미국은 물론 세계 청소년 골프선수들이 선망하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함께 연습하던 리키 파울러, 빅토르 호블란, 윈덤 클라크 등의 선수들이 가끔 양자령의 집에 초대되어 불고기와 김치찌개를 즐겼다고 한다. 



 



IQ가 150이 넘어 학업과 골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천재 소녀 골퍼'로 유명했던 양자령은 지금은 골프를 접고 전공 분야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골프에서 보인 그의 천재성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네 살 때 아버지의 직장이 있는 태국으로 간 양자령은 여섯 살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처음 참가한 공식대회에서 92타를 치고 초등학교 4학년 때 드라이버로 242야드를 날렸다. 이때 주타누간 자매가 주니어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으나 양자령 선수와의 대결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2002~3년 UBC 주니어 월드골프투어에서 연속 우승하는 등 각종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국내로 돌아온 양자령은 14살이던 2009년 스코틀랜드의 명문 중학교 로레토 스쿨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엔 골프채를 잡았다. 이듬해엔 남녀가 같이 출전하는 칼리지컵 대회에서 남학생들을 꺾고 대회 최초로 여학생 우승기록을 남겼다.



2014년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15~6년 LPGA투어에서 활동했으나 2016년 2월 코츠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자 골프를 접고 학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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