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로 간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재건할까···주변국 우려 증폭
반란 사태의 주역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벨라루스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의 존재가 벨라루스 및 인근 국가에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도착하면서 벨라루스에는 불안을, 우크라이나에는 새로운 도전을, 다른 유럽 국가들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이날 오전 7시40분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인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프리고진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으나 그의 벨라루스행을 주선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그가 오늘 벨라루스에 있다”며 도착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이 풍부한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군의 전투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용병들에게 군사 기지를 제공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민주 진영에서는 잔혹성으로 악명 높은 바그너 용병들이 1994년부터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수석 고문 프란치샤크 뱌초르카는 WP에 “이 상황의 최대 피해자는 벨라루스 국민들”이라면서 “프리고진이 범죄자들(바그너 용병들)을 데려오면 벨라루스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과 바그너 용병들이 루카셴코의 제안을 받아들여 벨라루스에 기지를 건설한다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북쪽 국경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는 길을 내준 바 있다. 게다가 벨라루스에서는 올해 연말을 목표로 러시아 전술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폴란드, 발트 3국, 우크라이나 등 벨라루스 국경과 인접한 국가도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기금(GMF) 바르샤바 지국장 미할 바라노프스키는 “프리고진이 물러나고 바그너 용병이 러시아군에 통합된다면 좋은 시나리오지만, 바그너 용병들이 루카셴코에게 자문을 하거나 벨라루스에서 군사기지를 건설한다면 폴란드와 발트 3국, 우크라이나에는 큰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프리고진의 향후 거취는 불분명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용병들에게 벨라루스로 가는 것을 허락한다고 밝혔으나 프리고진의 입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로 이동할지는 미지수다.
또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반역자’로 규정한 만큼 향후 그의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수사당국이 수사 종결을 발표한 이날도 바그너 그룹에 지난 1년간 2조5000억원이 넘는 국가예산이 투입됐다면서 자금 용처를 조사하겠다고 압박했다.
이 때문에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를 떠나 아프리카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는 BBC와 인터뷰에서 “푸틴은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프리고진이 처음에는 벨라루스로 가겠지만 다시 아프리카로 가서 정글 같은 곳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수단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정부군이나 군벌을 지원하며 세력 기반을 쌓아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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