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세계랭킹 34위로 추락…1년 반 만에 20 계단 하락

김형열 기자 2023. 6. 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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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 한국과 불가리아 경기

안방에서도 완패한 여자배구대표팀의 세계랭킹이 더 떨어졌습니다.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은 28일 국제배구연맹(FIVB)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두 계단이 떨어져 34위까지 밀렸습니다.

여자배구대표팀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2021년 12월까지 세계랭킹 14위를 달렸으나 1년 6개월 만에 20 계단이나 추락했습니다.

이 기간 국제대회 성적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한국은 2021년 8월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 4강 브라질전부터 국제대회 18연패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크로아티아전에서 가까스로 연패 사슬을 끊었지만, 이후 다시 9연패에 빠졌습니다.

핵심 국가들이 겨루는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성적은 더 심각합니다.

한국은 지난해 VNL 12경기에서 전패했고 올해에도 9경기에서 모두 졌습니다.

27일 경기도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VNL 3주 차 첫 경기 불가리아전에서도 세트스코어 3대 1로 패했는데, 불가리아는 VNL 16개 참가 팀 중 15위에 처져 있어 '해볼 만한 상대'로 꼽혔지만, 한국은 확연한 전력 차를 보이며 완패했습니다.

세계랭킹이 추락한 한국은 2024 파리올림픽 출전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파리올림픽 여자배구 본선엔 총 12개 팀이 출전합니다.

출전 티켓 한 장은 개최국 프랑스가 가져가고, 6장은 오는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예선을 통해 돌아갑니다.

그리고 나머지 5장은 FIVB 세계랭킹에 따라 결정됩니다.

세계랭킹이 크게 떨어진 한국이 파리행 티켓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세계 예선 통과뿐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 세계 예선에서 미국(1위), 이탈리아(3위), 폴란드(8위), 독일(9위), 태국(14위), 콜롬비아(18위), 슬로베니아(24위)와 C조에 편성됐습니다.

전력상 올림픽 티켓 획득은커녕 1승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 여자배구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한국 여자배구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세계적인 강팀으로 꼽혔습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4강에 진출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8강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선 강호 튀르키예를 8강에서 꺾고 9년 만에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도쿄올림픽 이후 국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전성기를 이끌던 김연경·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세대교체에 실패했고, 곤살레스 감독의 리더십 문제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곤살레스 감독은 부임 후 무성의한 태도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5월 튀르키예에서 열린 VNL 1주 차 대회를 앞두고는 국내 훈련을 지휘하지 않고 현지에서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곤살레스 감독이 대표팀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클럽팀 지도자를 겸임하기 때문입니다.

곤살레스 감독은 튀르키예 여자 프로배구 바키프방크 코치로 활동하다 최근엔 프랑스 클럽인 넵튠스 드 낭트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클럽팀과 대표팀 지휘봉을 동시에 잡는 건 배구계에서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이 강도 높은 리빌딩을 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곤살레스 감독의 처신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세대교체에 성공하기 위해선 지도자가 선수들의 기량과 장단점을 명확하게 인지한 뒤 면밀한 계획 속에 전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문제를 깨달은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4월 한유미 코치, 김연경 고문을 영입해 분위기 쇄신을 꾀했으나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VNL 3주 차인 이번 주 29일 도미니카공화국(11위), 7월 1일 중국(5위), 2일 폴란드(8위)와 차례대로 만나는데, 전력상 승점을 따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팀 분위기도 엉망입니다.

곤살레스 감독은 27일 불가리아전에서 패한 뒤 "전술엔 문제가 없었다"며 선수 탓을 했습니다.

또, 클럽팀과 겸임 문제를 묻는 말엔 "두 팀을 지휘하는 건 (한국) 대표팀보다는 구단이 불만을 가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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