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한국은행 급여 법개정 추진…이창용-추경호 신경전 벌이나
한국은행 임직원의 급여(인건비 및 급여성 복리후생비) 조정폭에 대한 정부의 사전승인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기획재정부는 한은 예산·보수에 대한 정부의 조정·통제 권한을 잃게 되는터라 사실상 반대하는 가운데, 야당(민주당) 의원들이 이 사전승인을 없애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한은은 “외국 중앙은행 중에 정부가 중앙은행 급여·예산을 통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며 “예산이 걸려 있으면 통화정책 결정에서 독립성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한병도 의원(더불어민주당) 대표발의로 제출됐다. 발의 의원은 총 11명으로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 개정안은 한국은행의 급여성 경비예산(인건비와 급여성 복리후생비)에 대한 기획재정부장관의 사전승인(한국은행법 제98조)을 폐지하고, 그 대신에 한국은행 예산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국회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의안은 “한국은행의 급여성 경비예산에 대한 정부의 사전승인권은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으므로, 사전승인 대상인 예산의 범위를 금융통화위원회의 위원에 대한 급여성 경비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개정법 시행일은 내년 1월1일이고, 해당 제98조 개정규정은 2025회계연도 예산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현행 한국은행법 제98조(예산·결산)는 ‘한국은행의 매 회계연도 예산을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되, 이 중에 급여성 경비예산(인건비와 급여성 복리후생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산은 미리 기획재정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앞서 20년 전(2003년)에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정부의 사전승인 대상 예산 범위는 종전의 총 경비예산에서 급여성 경비로 한 차례 축소된 바 있다.
이번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한국은행 쪽은 야당을 포함한 국회 및 정부 쪽과 사전 논의했는지에 대해 말을 아낀 채, “정부는 한은에 공공기관 임금가이드라인 지침을 준용해 매년 공무원임금 인상폭보다 낮은 인상률을 적용해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영국 영란은행 등 외국 중앙은행의 경우 조직 예산을 정부가 통제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올해 5~9급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1.7%다. 한은 쪽은 “우수 신입직원을 뽑아 국내외 경제 관련 현안·조사연구 및 정책보고서 생산에 전문적 역량을 집중하고 직원들의 성장 욕구와 조직역량을 강화하려면 보수 수준을 적어도 다른 관련 공공·민관 조직과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은 보수 수준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요즘 주요 대학에서 한은 입사대비 스터디모임도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예산이 걸려 있는 문제인만큼 이것(정부의 급여보수 통제)가 통화정책결정에서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임직원은 지난 2월 현재 2403명이다. 2022년 1인당 평균 보수액(기본급·상여금·수당·급여성 복리후생비 포함)은 1억331만2천원(평균근속연수 16.5년)이고, 신입직원 평균 보수액(초임)은 5176만4천원(신입직원수 63명)이다.
현행 법률상(한국은행법 제2조) 한국은행 조직의 법인격은 이른바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금융감독원 및 예금보험공사도 무자본 특수법인에 해당한다. 한은은 “우리는 민간조직이면서도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상 공공성을 띠고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준공공기관 쯤으로 분류해 2014년께부터 공무원임금 조정폭 및 그에 따른 공공기관 임금가이드라인 지침을 준용하면서 임직원 보수가 묶여왔다”며 “다만 우리가 먼저 나서서 처우개선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이 인건비를 동결하는 대신 복리후생비를 높여 임금을 상승시킨 편법이 지적됐다”며, “이에 따라 한국은행 예산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기재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는 급여성 경비의 범위를 축소하고, 그 대신에 회계년도 개시 30일 전까지 국회에 예산내역을 제출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은 예산·보수를 둘러싼 정부의 기존 승인 및 조정·통제권한을 사실상 국회가 넘겨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총살된 시신, 바위로 눌러”…7천명 희생 골령골의 73년
- 초등학교 70m 거리에 전자발찌 ‘집합’…성추행 또 저질러
- 폐암 급식노동자 “애기들 고맙단 말에 아픔도 잊고…”
- 회사 관두지 말고, 일을 열심히 하지 마…그러려고 했는데
- 오뚜기·팔도까지 라면값 내린다…정부 압박에 줄줄이 투항
- 일본 핏빛 바다…“냉각수 유출, 생선이 가장 걱정”
- 전철 잘못 타서, 화장실 급해서…10분 내 타면 요금 또 안 낸다
- 바그너그룹 빠진 러, 우크라이나 상가 폭격…어린이 등 40여명 사상
- 세금으로 1300억원 배상…‘승계용 합병’ 이재용 책임론 재점화
- 광주·전남 밤사이 200㎜ 폭우…1명 실종, 재산 피해 잇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