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송도스포츠센터, 갑작스런 휴관...갈 곳 잃은 주민들

박채오 기자 권영지 기자 2023. 6. 2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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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예산 삭감으로 안전요원 배치할 수 없어 휴관"
의회 "센터 방만경영이 사태 초래"
부산 송도스포츠센터 회원들이 센터를 상대로 제작한 현수막.(송도스포츠센터 회원 제공)

(부산=뉴스1) 박채오 권영지 기자 = 부산 서구청과 서구의회의 갈등으로 송도스포츠센터가 오는 7월부터 휴관에 들어간다. 구청과 구의회가 센터 안전요원 배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어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송도스포츠센터는 서구의회의 예산삭감을 이유로 오는 7월1일부터 휴관한다. 의회에서 센터에 지원되는 예산을 삭감해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센터측 설명이다.

센터의 안전요원 배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최근 센터 내에서 잦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다.

앞서 지난 8일 센터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던 60대 여성 A씨가 휴식을 취하던 중 심정지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일주일만인 15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엔 안전요원 자격증이 있는 수영강사들이 있었지만 별도의 안전요원이 없어 A씨가 의식을 잃은 지 2분 만에 수강생에 의해 발견됐다.

체육시설법에 따르면 수영장은 안전요원 자격증이 있는 수영강사가 있다 하더라도 안전만 전담하는 인력을 1인 이상 갖추도록 하고 있다. 수영 강습을 주도하는 강사의 경우 수업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요원 미배치가 문제가 되자 센터를 관리하는 서구청은 "안전요원 미배치는 만성적 적자상태인 송도스포츠센터에 대한 예산 지원을 의회가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구의회에서는 센터의 방만경영으로 인해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명희(더불어민주당) 서구의회 의원은 "센터 관장이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한다고 주장해 수당을 많이 받아 가는데 이 관장의 얼굴을 봤다는 센터 수강생이 별로 없다"며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급여대장 등의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가 나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실시된 행정사무감사 때부터 센터에 수영강사 외에 안전요원이 없는 점을 지적해왔지만 시정되지 않았다"며 "센터에 비리가 있고 안전사고까지 났는데 책임을 안 지는 관장이 있는 센터에 의회가 또다시 예산을 준다는 것은 이를 묵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업계에서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부산의 또 다른 스포츠센터 관계자는 "재정 상태가 안 좋은 건 여느 스포츠센터나 다 마찬가지이지만 안전요원은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서 "안전요원이 없는 이유로 '예산 부족'을 들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센터가 주민을 볼모로 예산확보를 위한 휴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명희 구의원은 “현재 센터 통장에 1~2달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잔액이 있다”면서 “돈이 없어 7월부터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센터 회원 대표 B씨는 "9월에 추경이 있는데 이때까지 문 닫고 버티면 예산을 지원해줄 거라고 (관장이)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센터와 구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B씨는 "하루아침에 관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센터가 문을 닫게 됐다"면서 "주민들은 하루 1~2시간 센터에서 수영하고 운동하는 게 삶의 낙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예전부터 센터에 여러 문제가 많았으나 구에 하나밖에 없는 스포츠센터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일주일 전에 휴관을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어제 구청에 찾아가니 구청장도 갑자기 병가를 내고 입원했다면서 만나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센터 수강생들은 센터의 정상영업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통해 하루만에 800여명의 서명을 받았고, 대통령실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민원도 넣은 상태다.

0z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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