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큰 뜰이 다 잠겼는데 별 수 있소"..속만 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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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뜰 일대가 이렇게 전부 잠긴 역사가 없어요. 무슨 답이 있겠소."
28일 오후 전남 함평군 엄다면 석천리 앞 논을 바라보던 박정재(63)씨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 어렵사리 말문을 뗐다.
예사롭지 않은 억수비에 박씨는 전날 밤 잠시 논을 보러 나왔다가 덜컥 겁이 나 곧장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박씨는 함평천을 거쳐 영산강으로 빠지는 배수 통로도 물이 넘실댄 탓에 논까지 물이 빠지려면 한참이 더 걸릴 것 같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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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영산강도 '넘실넘실'…"손 쓸 방법 없다" 자포자기
[함평=뉴시스] 변재훈 기자 = "큰 뜰 일대가 이렇게 전부 잠긴 역사가 없어요. 무슨 답이 있겠소."
28일 오후 전남 함평군 엄다면 석천리 앞 논을 바라보던 박정재(63)씨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 어렵사리 말문을 뗐다.
갓 모내기를 마친 벼가 자라야 할 논에 가득 찬 흙탕물은 바람 따라 출렁였다.
영산강 지류인 함평천을 젖줄 삼아 끝없이 농토가 펼쳐진 엄다면 석천·화양·학야리 일대는 예로부터 '함평 천지 큰 뜰'이라고 일컬어진다고 박씨는 말했다.
전날 오후 9시부터 10시 사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져 내린 비는 대대로 벼 농사를 지으며 애지중지 가꾼 옥토를 삽시간에 흙빛 바다로 바꿔 놨다.
예사롭지 않은 억수비에 박씨는 전날 밤 잠시 논을 보러 나왔다가 덜컥 겁이 나 곧장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논을 살피러 나온 박씨는 "이렇게 몽땅 잠겨 있고, 물길도 시원치 않은데 뭘 더 할 수 있겠소. 망연자실하는 것 말고 더 할 게 뭐가 있어"라며 한탄했다.
박씨의 논에 가득 찬 흙탕물은 터진 둑을 넘어 관거로 흘러 들어갔지만 물 빠짐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박씨는 함평천을 거쳐 영산강으로 빠지는 배수 통로도 물이 넘실댄 탓에 논까지 물이 빠지려면 한참이 더 걸릴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박씨는 들고 있던 삽으로 배수로 부유물이나 물길 주변 모판 등을 치우다가 이내 그만뒀다.
주변 논에서 빠진 흙탕물들이 빠져나가야 할 배수로에도 물이 농로 다리 상판에 닿을 듯 넘실대고 있었다.
조금씩 물이 빠진 논에 심어진 벼들도 반쯤 물에 잠겨 축 늘어져 있었다. 물바다가 된 논 위에는 비료 포대 등 농자재가 떠다니기도 했다.
박씨는 이번 장맛비로 논 19.5㏊와 콩밭 4㏊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콩은 주변보다 지대가 솟아 이름 붙여진 '높은 등'(지명)에 심었는데도 물에 잠겼다.
박씨는 "35년째 농사를 짓고 있지만 천지 큰 뜰 일대가 모조리 물에 잠기고 '높은 등'까지 피해를 입은 것은 처음이다. 이런 역사가 없다. 물난리가 심했다던 3년 전에도 논 일부가 잠시 잠겼다가 금세 물이 빠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대가 농수로, 배수 시설 정비가 돼 있는데도 비가 워낙 많이 쏟아지니 손 써 볼 도리가 없다"면서 "물이 빠져나가야 할 영산강 수위나 배수장 펌프 현재 용량으로는 택도 없다"고도 말했다.
박씨는 "모내기·파종한 지 얼마 안 돼 병충해에도 취약해 수확도, 제 값 받고 파는 것도 큰 문제다. 농촌은 늘 일손이 부족하고 비용 부담도 커 복구할 엄두가 안 난다"며 특별 재난 지역 선포 등 범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함평에는 200㎜에 육박하는 장맛비가 쏟아졌다. 특히 전날 오후 9시 4분부터 1시간 사이 71.5㎜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져 피해가 컸다.
밤사이 함평군 엄다면에서는 수문을 닫으려던 60대 여성이 물살에 휩쓸려 실종, 수색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농경지 침수 피해도 함평에서만 85㏊로 잠정 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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