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 이정훈 LCK 사무총장, "LCK 인기? 최소 10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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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리그인 LCK가 10년을 넘어섰다. 2012년 전신인 LoL 챔피언스에서 시작한 LCK는 많은 선수와 팀, 관계자들이 노력한 결과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아차 해도 리그가 사라지고 팬들이 떠나는 e스포츠서 LCK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팬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력을 게을리하는 건 아니다. 프랜차이즈 3년 차인 LCK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으며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는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LCK 이정훈 사무총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LCK에서 사무총장은 어떤 일을 하는가.
A, LoL e스포츠에는 여러 지역 리그가 있는데 크게는 4개(LCK, LPL, LEC, LCS) 리그로 보면 된다. 4개 리그마다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고 리그의 리더십들이 활동하는 범위도 그 나라의 전통 스포츠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최근 발로란트가 들어와서 더 그럴 수 있는데 각 지역 리그에 '리드(Lead)'가 있다. 예를 들어 LoL 프로덕트 리드, 발로란트 e스포츠 프로덕트 리드가 있다. 저는 한국 LoL e스포츠 프로덕트 리드다.
Q, 리드라...
A, 지역 e스포츠 전체를 총괄이 있고 '리드'들은 그 밑에 있다. 그런데 전 세계 모든 LoL e스포츠 '리드'를 총괄하는 사람이 또 있다. 그 사람이 나즈 알레타하 라이엇 게임즈 LoL 이스포츠 글로벌 총괄이다. 그러다 보니 저는 조직상으로는 LCK 오상헌 대표 밑에 있는 거고 업무적으로는 나즈 총괄 밑에 있는 거다. 좀 약간 이중적이다.(웃음)
사실 사무총장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쓰는 거다. 직격을 하면 'Secretary-General'인데 다른 지역에서는 이 위치에 대해 재미있어한다. 사무총장이 정식 명칭은 아니다. 그냥 한국에서 LoL e스포츠 전체를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LoL e스포츠를 담당하는 게 무슨 의미냐고 한다면 LCK에는 경기 운영, 마케팅, 사업 개발 부분이 있는데 각자 '리드'들이 있지만 LCK와 관련된 부분은 적어도 저와 상의해야 하며 제가 결정을 내리는 일을 한다.
또 LCK의 큰 일 중의 하나가 커미셔너 역할인데 10개 게임단과 대화하는 주최자가 저다. 그래서 10개 게임단 대표와 회의를 할 때는 좌장 역할도 한다.
Q, LoL 월드 챔피언십이 5년 만에 한국서 열린다. 소감을 듣고 싶다.
A, 5년 만의 개최이며 한국서 3번(14년, 18년, 23년) 열리는데 저는 모두 경험했다. 엄청 기대된다. 특히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는 고척돔에서 하는 거다. 18년 LoL 월드 챔피언십서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번에는 하기에 조금 더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올해는 아시안게임이 겹치기 때문에 시작 전에 굉장히 큰 욕심을 냈었다. 그랜드 슬램(MSI, 아시안게임, LoL 월드 챔피언십 전부 우승을 의미)을 달성하자는 건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기대였다. 대회를 주최하는 운영 측면에서는 다시 한 번 LoL의 해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LoL 월드 챔피언십을 위해 많은 걸 준비하고 있다.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있고 아쉬웠던 부분들도 있을 거다. 그걸 보완해서 잘해보고 싶다. 팬들에게는 5년 만에 하기에 멋진 경험을 주고 싶다.
A, 두 가지 서로 다른 감정이 있는 거 같다. 첫 번째는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야구 등 전통 스포츠가 멈추거나 무관중으로 진행되면서 e스포츠가 굉장히 존재감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이제 예전으로 돌아왔기에 다시 전통 스포츠와 경쟁하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A, 최근까지 메타버스, NFT가 트렌드였는데 저희가 본 건 NBA '탑 샷'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는 측면에서 NBA는 저희가 많이 보고 배워야 될 리그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조금 열기가 덜하지만 처음 출시됐을 때는 팬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했었다. 그런 모습들이 수집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거다.
미국서는 야구 카드를 어릴 때부터 평생 모으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 오래전부터 많았다. 스포츠에서 카드는 팀이랑 선수밖에 없다. 그런데 '탑 샷'의 경우에는 굉장히 다양하다. 경기에서 진짜 훌륭했던 장면까지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아이디어가 되게 멋져 보였다. 그래서 우리도 그런 걸 좀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레전더리스라는 회사를 알게 된 거다.
전 세계서는 LCK가 처음 시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라이엇 글로벌서도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최근 런던서도 라이엇 센트럴 사람들과 회의하면서 느낀 건데 엄청 기대감을 나타내더라.
가장 중요한 건 팬들의 경험이다. 다만 그건 되게 한정돼 있다. 그냥 경기를 보거나 굿즈를 구매하고 게임하고...여기서 더 나아가서 제드 미러전 등 명장면이 들어가 있는 선수의 디지털 카드를 누군가 구매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가치가 있을 거 같아서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법적, 계약적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서 시간이 꽤 걸렸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출시를 하게 됐다. 팬들이 많이 좋아해줬으면 한다.
LCK 레전더리스가 잘 정착된다면 리그의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리그 매출로 잡히면 10개 팀에 다 수익으로 돌아가기에 재정적으로 힘들어하는 팀들에게 좀 보탬이 됐으면 한다.
Q, 학창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고 하던데.
A,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전용준 캐스터와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3년 후배라는 거다. 아버님이 검사였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보면서 법조인이 돼야겠다는 생각하면서 자랐다.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전형적인 올바른 아들이었지만 고등학교 때 늦게 사춘기를 겪으면서 노는 것에 대해 알게 됐다. 친구들과 자주 놀다 보니 성적이 조금 떨어지려고 했는데 그 타이밍에 대학교 시험을 봐서 운 좋게 합격했다.
A, 친구들과 많이 놀았고 당구도 많이 쳤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호기심이 많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대학교 시절 게임을 많이 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을 하면서 보냈다. 사법시험을 공부해야 하는데 이건 1~2년은 비인간적으로 살아야 하는 거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냥 적당히 놀고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다. 사법시험 1차는 됐지만 2차는 통과 못 했다.
시험공부를 하다가 든 생각이 '과연 이게 내 길이 맞나'라는 것이었다. 법조인이라는 건 뭔가 남의 행동을 평가하는 건데 그거보다는 '내가 내 행동을 만들고 싶고, 앞으로 일어난 일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경영 컨설팅이라는 일을 하게 됐다. 그건 주로 대기업들의 앞으로 전략 방향성의 중장기 전략이나 신규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의 자문을 수행하는 일이었다.
경영 컨설팅을 하는 게 회계법인서 약간 우회해 운영하는 회사들이다. 회사에 입사한 뒤 일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필드에 나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다른 회사를 자문하는 거보다 내가 어떤 회사에서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2년 라이엇 게임즈 초창기 때 입사했다. 이직은 아니다. 입사했을 땐 인원이 적었다.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이라는 게임이 떴고 많은 프로젝트들이 밀려드는 데 이걸 누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고 확실하게 가야될 앞날을 보여줄 사람이 필요했다. 거기에 제가 뽑혔다.
라이엇 게임즈에는 다양한 직업을 하다가 온 사람이 많다. 대기업 출신도 있고 컨설팅을 하다 온 분도 꽤 많다. 그때 맡았던 프로젝트는 LoL 챔피언스를 토너먼트서 리그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걸 제가 했고 오상헌 현 LCK 대표와도 인연이 됐다.
A, 회사에 12년째 다니고 있는데 그사이에 e스포츠서는 LoL을 위협하는 게임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LoL은 번번이 위협을 극복해 냈다. 지금은 조금 다른 게 경쟁작인 발로란트가 저희 회사 게임이라는 거다. 폄하보다는 되게 좋은 일이고 e스포츠의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는 건 상당히 긍정적이다. LoL e스포츠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건강한 자극이 되고 있다.
발로란트 e스포츠를 보면서 느낀 건 팬 데모그라피가 LoL과 다르며 팬들의 취향도 겹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저는 건설적인 경쟁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오히려 두 e스포츠가 잘됨으로써 e스포츠 산업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좋은 효과가 있을 거다.
10년 전 LoL과 현재 LoL은 '소환사의 협곡'이라는 맵의 기본적인 구조만 같을 뿐 다른 게임이다. 앞으로 더 많이 변할 거로 생각한다. 게임은 지금과 다르지만 레가시(유산)가 남는다는 건 변함이 없다. 초창기 LoL을 봤을 때 어색함은 있지만 멋진 장면들은 유물로 남는다.
유물들이 쌓여가는 건 프로 스포츠에서 중요한 일이다. 야구만 하더라도 베이브 루스,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이런 선수들이 있었기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같은 새로운 스타들이 나와도 전설이 이어지는 게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LoL e스포츠가 시간이 지나고 역사가 오래됐다는 건 좋은 일이며 앞으로도 이런 걸 활용하면 더 잘될 거라고 확신한다.
몇 년 전 LoL e스포츠 비전을 '세대를 아우르는 e스포츠'로 정했는데 지금 팬 데모그라피를 보면 예전에는 10대에서 20대였지만, 지금은 10대에서 40대까지 걸쳐 있다. 개인적으로 5년만 더 있으면 아들과 아버지가 같이 보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라이엇 게임즈도 그렇지만 LCK도 주변 관계자들이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주변이 많기에 LCK는 앞으로 최소 10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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