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돌의 기적’은 없었다···피프티피프티, 썩은내 나는 내부 갈등 드러나[스경연예연구소]

강주일 기자 2023. 6. 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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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피프티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중소돌의 기적은 없었다.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에서 한국 걸그룹 최초로 13주 연속 차트인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던 신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이면에 이미 곪아터진 이권 싸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피프티 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가 ‘외부세력개입으로 인한 그룹 강탈 시도’를 주장하고 그룹의 제작 전반을 지휘한 외주 업체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를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한 가운데,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 가처분을 신청하며 소속사의 반대편에 섰다.

피프티피프티(새나, 키나, 아란, 시오)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바른은 28일 입장을 내고 “4인 멤버들은 지난 19일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는 어트랙트가 계약을 위반하고 신뢰관계 파괴를 야기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멤버들은 어트랙트가 투명하지 않은 정산, 활동이 어려운 건강 상태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자 했던 모습 등 계약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여러 사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면서 “이것은 어떠한 외부 개입 없이 4인의 멤버가 한마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것임을 명확하게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멤버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그룹 뒤에 숨어있던 곪아터진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앞서 피프티피프티는 글로벌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홍보 활동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낸 바 있다.

그룹 피프티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이에 앞서 전날 피프티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는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를 포함한 4명에 대해 업무방해, 전자기록 등 손괴, 사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더기버스는 피프티피프티 전반을 지휘해 온 외주 컨설팅 업체다. 안성일 대표는 그룹의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글로벌 히트곡 ‘큐피드’(CUPID)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어트랙트측은 이날 “더기버스는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회사 메일 계정과 그간 진행한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기버스는 해외 작곡가로부터 ‘큐피드(CUPID)’ 음원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당사에 저작권 구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본인 및 본인의 회사가 저작권을 몰래 사는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는 2월 발매곡 ‘큐피드’로 빌보드 한국 아이돌 역사상 최단 시간에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진입한 뒤, 케이팝 걸그룹 역대 최장기간 차트인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었다. 이들이 글로벌 스타가 된데는 해당 노래를 피처링한 틱톡 댄스 챌린지가 큰 역할을 했다.

그룹 피프티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이 가운데 어트랙트는 지난 23일 “멤버들을 불법적으로 빼내가려는 외부 세력이 있다”며 “외부 세력은 소속 아티스트들이 잘못된 판단을 해 유효한 전속계약을 무시하고 자신들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불법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3일 뒤에는 “외부 세력의 멤버 강탈 시도 사건 배후에 모 외주용역업체와 워너뮤직코리아가 있다”고 폭로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측은 “어트랙트가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면서 “내용증명을 보낸 부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해당 모 외주용역업체가 더기버스로 밝혀지고 어트랙트가 이들을 고소하며 법적 절차를 밟은 상황이다.

피프티피프티는 희생 없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는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피프피피프티의 앨범 인지대를 내기 위해 10년간 찼던 롤렉스 시계를 중고 명품숍에 팔고, 최승호 매니지먼트 부문장은 앨범 재킷 인쇄비를 내기 위해 자동차를 팔았다는 비하인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조관우, 솔리드, 윤미래, 바비킴 등을 매니지먼트했던 ‘올드보이’인 이들은 이 싸움의 시작을 알리며 기자들을 향한 보도자료에 “사즉생 생즉사의 심경으로 싸울 것”이라는 결연한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긴 법정 싸움 끝 결론이 어째 나건 피어나던 아이돌 피프티피프티는 진흙탕 싸움의 중심에 서며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그야말로 화려하게만 보이는 K팝의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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