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고헤이 “탈성장이 말도 안 된다고?…더 나은 아이디어 있나”[2023 경향포럼]

유새슬 기자 2023. 6. 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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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환경 파괴 낳은 ‘성장’…새 경제 모델 필요”
“에코백 사용했다고 만족, 구조적 문제는 망각”
“해온 그대로를 해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이상적”
사이토 고헤이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경향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탈성장에 회의적이다.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라고 비판한다. 묻고 싶다. 그럼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나?”

사이토 고헤이 일본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 교수(36)는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성장을 넘어-모두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린 <2023 경향포럼>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녹색 성장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성장을 선으로 여기는 경제 모델 자체를 바꿔야한다고 역설했다. 기존의 시스템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더 급진적인 이론의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이토 교수는 “그렇다고 내가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이나 북한, 중국을 옹호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이토 교수는 해외 마르크스 연구자 중 가장 주목받는 청년 학자다. 뛰어난 진보적 저술에 수여하는 학술상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2008년 최연소로 받았다. 2020년 출간한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Capital in the Anthropocene)>는 일본에서 50만부 넘게 팔렸다. 기후위기 시대에 마르크스의 탈자본주의 이론에 대한 획기적인 해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이토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과다한 산림과 환경 파괴 때문에 발생했고 팬데믹은 경제적 불평등을 노출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새로운 팬데믹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생태학적 위기, 사회적 위기가 모두 복합적으로 들이닥치면서 새로운 만성적인 위기가 생길 것”이라며 “만성적 위기는 방치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글로벌 성장이 평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미래지향적 경제 모델로 삼은 녹색 성장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역시 “충분하지 않다”며 “오히려 후퇴하는 것”이라는 게 사이토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에코백 사용처럼 친환경적인 환경을 취하고는 ‘우리가 무언가를 했다’면서 만족한다는 게 문제다.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기업들은 심지어 SDGs를 새 마케팅과 브랜딩 수단으로 활용하지만 사실은 무수히 많은 제조상품을 만들면서 기존 방식대로 그대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사이토 교수는 현실적인 위기를 끊임없이 상기하기 위해서라도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근본적인 현재 상황, 우리가 가진 기본적인 철학에 도전을 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도전은 ’지구는 유한하고 무한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되며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있어 성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제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자본주의는 너무 오랫동안 경제적 불평등과 환경 파괴라는 “실패”를 보여왔고 이제는 스마트폰을 2년마다, 차를 5년마다 바꾸는 기존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왜 아무도 포스트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지, 사람들은 왜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그리는 능력을 상실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이토 교수는 자신을 향한 세상의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탈성장이 이상주의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지난 10년간 우리가 해온 그대로를 앞으로도 해도 된다는 생각이야말로 유토피아적인 게 아닐까요? 유토피아적인 사고를 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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