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한국은 영웅적인 국가...차기작은 이순신 장군에 영감받아"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제 책이 이렇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배경엔 한국 독자들이 있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62)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로 유명한 만큼 한국을 아끼는 모습이다. 그는 "프랑스 독자의 경우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아나 집착이 강한 반면 한국 독자는 미래 지향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나의 성공은 한국의 독자들, 그리고 한국의 출판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28일 그의 30번째 책인 '꿀벌의 예언' 출간 기념으로 내한한 베르베르 작가는 기자들을 만나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일이 아닌 즐거움"이라며 4년 만이자 9번째로 한국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올해는 한국 독자를 만난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베르베르는 한국에서 유독 큰 인기를 얻은 작가다. 출간 30주년을 맞은 '개미'는 국내에서 외국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80만부가 판매됐고 이후 출간한 '신', '파피용' 등 내는 신간마다 국내에서 단 한 번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평소 한국 영화를 즐겨보고 한국 식당에서도 자주 식한다는 베르베르는 한국을 "영웅적인 국가"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의 주변국이 상당히 침략적인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프랑스의 주변국이 러시아, 중국, 일본이었다면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지정학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하는 게 정말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집필 중인 차기작 '왕비의 대각선'도 이순신 장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이순신이라는 한 인물의 이야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와서 고유의 문화를 발견하고 에너지를 발견하는 건 즐거움이자 놀라운 경험"이라며 차기작에 대한 구상을 전했다.
이번에 펴낸 '꿀벌의 예언'은 그의 초기작 '개미'에 이어 다시 한번 '사회적인 동물'에 집중한 소설이다. "개미보다 꿀벌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꿀벌이 생성하는 꿀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는 "사회성이 동물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고 꿀벌은 특히 지적 차원뿐만 아니라 미각의 차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책은 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가 닥친 30년 뒤의 지구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르네가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다.
30년 간의 작가 생활 동안 베르베르는 한결같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써냈다. 이는 "작가라는 직업이 앞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그의 작가관 떄문이기도 하다. 그는 8년 전 소설 '제3인류'를 통해 지금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예견했고 '천사들의 제국'에서는 미국의 9·11테러 이전에 항공기가 도시를 공격하는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그는 "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현황이나 뉴스에 글쓰기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지난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인공지능(AI) 규제를 위한 국제기구 설치를 제안한 것에 대해 베르베르는 "원자력이 전기를 생성하기도 하지만 핵폭탄을 만들 수도 있듯이 AI도 최후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위험할 소지가 있는 도구에 대한 규제를 생각한 그의 결단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AI가 창작자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미래의 것을 다루는 게 소설가라면 AI는 기존에 존재하는 지식 안에서만 작동한다"며 "AI가 이미 존재하는 '개미'의 후속작을 쓸 수는 있겠지만 나는 주제도 문체도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을 쓸 것"이라며 AI의 한계를 짚었다.
"AI가 발달할수록 우리는 더 창의적으로 변할 겁니다. 모방하는 작가는 점점 자리를 잃게 되겠죠. 모든 작가가 조금 더 과감하고 독창적으로 작품을 써야 할 것이고 SF 장르에서는 특히 그것이 더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봐요."
전세계 3000만부가 팔린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베르베르는 문학상과는 유독 인연이 없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체제 밖의 작가"라고 규정했다. "출판사에서도 문학상을 추구하든 대중을 추구하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학상 수상작은 사실 독자들이 구매는 하지만 집에서 잘 읽지 않잖아요. 저는 그게 문학상의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유일한 관심사는 대중에게 다가서는 거예요. 특히 젊은 대중들에게요."
첫 책을 내고 진행한 사인회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베르베르는 어느새 먼 한국에서도 독자들이 찾는 작가가 됐다. 그는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저의 자리는 프랑스와 한국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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