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만 외친다고 그게 되나, '짠당포' 제작진은 간이 너무 크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3. 6. 28. 13: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탁재훈·윤종신·홍진경, 이 예능 선수들 토크가 통하지 않는 까닭(‘짠당포’)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웹예능에서 넘어온 토크쇼 열풍이 올드, 레트로 콘셉트를 방송가에 몰고 왔다. 10년 만에 돌아왔다는 SBS <강심장리그>나 JTBC <짠당포>, MBC 파일럿 <훅 까놓고 말해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등이 그 사례다. 비교적 제작이 용이하다는 노하우, MZ세대들 사이에서 지속되는 레트로 무드에 대한 기대, 고령화된 TV시청자들에 대한 고려 등이 기획배경이다. 스튜디오 토크쇼와 리얼버라이어티를 기억에서 꺼내와 지상파TV 예능의 황금기를 다시 복원하고자 한다.

<짠당포>는 이런 시류를 정면으로 반영한 신규 토크쇼다.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는 기획 콘셉부터 스튜디오 프로덕션, 에피소드형 가벼운 토크까지 복고를 전면에 내세운다. 전당포라는 특별한 장소를 설정하고 집단 MC가 풀어가는 토크쇼 형식은 과거 자취방 콘셉트를 표방한 <놀러와>나 동네 목욕탕을 무대로 삼은 <해피투게더> 같은 프로그램들을 연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과거 토크쇼들이 오래도록 지탄을 받았던 홍보성 출연, 사전에 준비한 에피소드와 개인기를 나열하는 백화점식 토크, 인맥 토크를 주된 볼거리로 내세운다.

탁재훈, 윤종신, 홍진경이 뭉친 MC진의 위용이나 입담은 역시나 명불허전이다. 이 셋은 공통점이 있다. 셋 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약해온 방송인이며, 20여 년간 예능사에 큰 족적을 남긴 대형 예능선수들이다. 그리고, 각자 새로운 시대를 맞아 리뉴얼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탁재훈과 홍진경은 각각 구독자 100만의 <노빠꾸탁재훈>, 130만의 <공부왕찐천재>라는 유튜브 채널의 성공 이후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고, 윤종신 또한 그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신변잡기 토크쇼로 변화한 <라디오스타>를 그만둔 이후, 이른바 스토리텔링 예능의 시대를 만들어낸 기획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재조명받고 새로운 콘텐츠로 각자 자신의 브랜드와 영역, 역할을 마련한 이들이 대중의 외면을 받아 사라진 예전 방식과 모습으로 다시 모였다. 게다가 아무리 떨어뜨려놓고 보려고 애를 써도 탁재훈이 앉아 있는 전당포를 보고 있자면 <노빠꾸탁재훈>의 홍보회사 반지하 사무실이나 형사 취조실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마침 첫 게스트로 출연한 이혜영은 그의 유튜브 채널에 얼마 전 출연해 과거 이야기를 격의 없이 나누며 화제를 만든 바 있다. 탁재훈과 재회한 <짠당포>에서도 그 시절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냈다.

콘셉트 자체가 전당포에 맡겨 놓은 물품을 모티브 삼아 과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나누자는 기획이다보니 1회 다른 에피소드에서 출연한 박성웅, 김용필이나 2회 <닥터 차정숙> 팀의 엄정화 등 50대 주변의 출연진들이 과거 연예계 이야기, 혹은 연애 이야기를 주로 펼친다. 이혜영은 "오십 넘어서 그런 이야기밖에 할 게 더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중년들이 나누는 젊은 시절 연예계 회고나 연애 이야기가 신선한 콘텐츠일 수는 없다. 히트 친 자사 드라마의 길고 긴 후일담 또한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물론, 꼭 새로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복고라고 해도 다른 세대와도 나눌 수 있는 레트로 코드나 현재와 맞닿은 시대 보정에 대한 그 어떤 노력이나 변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다. 타임머신을 사용한 듯, 혹은 일대일 편집기로 옮겨 붙인 듯 동일한 인물, 같은 콘셉트, 감동의 주조, 비슷한 이야기가 세월만 흐른 채 그대로 반복된다. 현재 유행하는 웹예능의 토크쇼가 기성 방송 토크쇼와 무엇이 다른지 그 본질은 따져보지 않은 결과다. 트렌드에 손쉽게 편승하려는 목적, 편하고 익숙한 방식으로의 회귀라는 서로 다른 방향성이 나름 절묘하게 만난 기묘한 결론이다. 여기엔 시청자에 대한 고려가 없다. 최근 TV예능의 복고화가 레트로 무드로 모아지기보다 과거 회귀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최근 가볍고 격의 없는 형식의 스트리밍 방송이 각광받으면서 편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웹콘텐츠의 토크들이 웹예능 전반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한편에서 백상 예능부문에서 수상한 <피식쇼>처럼 문화적 맥락을 갖고 노는 코미디도 인기다. 두 가지 모두 기존 방송이 가졌던 진정성의 한계와 형식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콘텐츠다.

반면 최근 다시 시작한 <강심장리그>나 <짠당포> 등에는 과거에 마주했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이나, 참조한 토크 콘텐츠들과 견주었을 때 비교우위에 설만한 특별한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연예인의 신변잡기식 토크쇼가 예전에 사라진 것은 아무리 웃음과 눈물을 조합해도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줬기 때문인데, 이를 추억이란 미명하에 그냥 되살린다. 그러나 '나이만 먹은' 토크쇼는 해동이 되어도 생기가 돌지 않는다.

최근 유명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조촐하게 펼치는' 토크쇼 콘텐츠가 기존 방송 예능과 달리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친밀감에 있다. 이는 세트나 장소가 아니라 이야기의 질에서 비롯된 차이다. 방송 토크쇼가 연예계 인맥 이야기, 웃기거나 감동적인 에피소드, 관심이 있을 법한 과거 이야기를 미리 준비해서 들려주고 합을 맞추는 극본 플레이라면, 요즘 인기를 누리는 토크 콘텐츠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주로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밝히는 진짜 '토크'를 한다.

이처럼 시선의 방향이 전혀 다르고 정서적 거리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콘텐츠인데 오로지 '토크쇼'에만 방점을 두는 점이 안타깝다. 물론, 과거를 돌아보며 추억을 회상하고, 과거의 사례에서 다음을 위한 힌트를 찾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봐야 할 효용, 효능감을 주지 못해 사라졌던 콘텐츠를 어떤 보완이나 시대보정 없이, 진화된 버전의 토크 콘텐츠들과 스트리밍 경쟁을 하면서 오늘날 시청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할 것인지 궁금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