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나 시바 “GDP는 자원 추출을 위해 만들어진 지표…생태학 근본으로 돌아가야”[2023 경향포럼]
“GDP는 자원을 추출하기 위해 만들어 낸 지표다. 비옥한 토양, 생물 다양성의 증진, 민주주의의 성장 등 인류 공동의 ‘웰빙’을 위한 성장이 필요하다”
반다나 시바 박사는 28일 ‘성장을 넘어 모두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린 <2023 경향포럼> ‘불안정한 지구’ 세션 기조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바 박사는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에코 페미니즘> 등을 쓴 저명한 환경·사회 운동가다. 토종 씨앗과 생물 다양성의 보호, 유기농업과 공정무역을 장려하는 인도의 전국적인 운동 ‘나브다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시바 박사는 상위 ‘1%’ 부자에 부가 집중되는 체제를 비판했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m)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 ‘극도의 부와 극도의 빈곤’이 모두 증가했다. 2020년 이후 세계에서 새로 창출된 부의 3분의 2를 상위 1%가 차지하는 동안, 8억명이 넘는 사람이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었다. 식품,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빈곤층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식품, 에너지 회사는 ‘기록적인’ 이득을 보고 주주에게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했다. 시바 박사는 “1%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자연, 사회, 경제를 지배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며 “1%가 규칙을 세우고 민주적인 정부를 ‘하이재킹(납치, 장악)’하며,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바 박사는 ‘1%’의 사람이 과도한 부를 누리게 되는 기본 원리가 ‘공유재의 사유화’라고 봤다. 시바 박사에 따르면 한때 세계 총생산의 25%를 차지했던 인도에서는 원래 경작하는 농민과 지역사회가 땅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은 식민 지배를 하며 모든 인도의 땅을 소유하고, 세금을 내게 해 부를 축적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만드는 세계적 종자 기업 몬산토와 같은 회사도 유사하다고 본다. 몬산토가 공급하는 목화 씨앗은 다음 해에는 열매를 맺지 않고, 해마다 종자를 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런 기업들이 본래 자연의 산물인 종자를 변형해서 ‘소유’한다는 것이다.
이런 체제는 자연을 선형적으로 ‘착취’하는 구조를 만든다. 산림은 산업, 농업을 위한 수단이 되고, 여기서 추출된 자원은 먼 곳으로 운송돼 쓰인다. 자연의 순환 체계 속에 있던 농업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이 늘고, 화학 비료를 사용한다. 농사용 자재의 포장재 등에 알루미늄이 더 쓰이고, 식품을 운송하면서 탄소 배출도 는다. 시바 박사는 “살아 있는 자연을 금융 자산으로 만들어서 ‘무한’으로 이익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은 부조리”라고 짚었다.
시바 박사는 “진정으로 중요한 산림, 강, 아이들, 공동체가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경제 ‘성장’의 지표로 쓰는 국내 총생산(GDP)에는 담을 수 없는 가치다. 시바 박사는 “자연을 동원하기 위해 만들어 낸 GDP의 역사는 추출, 전쟁의 역사”라며 “세계 많은 사람들이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드론, 살포기 등의 사용을 늘리는 산업화한 농업, 이른바 ‘미래 농업’은 “디스토피아”라고 봤다. 그가 보기에 현재의 방식보다 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농업 생산 체제는 농민을 ‘에너지의 노예’로 만든다.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결국 지구가 더 많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시바 박사는 ‘생태학의 근본’ 개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물 다양성을 근간으로, 선형적 추출이 아니라 순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종자 대기업의 씨앗을 사용하고 ‘한 종’의 작물이 과도하게 자라는 것은 ‘자연’의 모습이 아니다. 이에서 벗어나서 생물 다양성, 토양 재생을 하는 ‘소농’을 핵심으로, 마을, 지역 중심의 자급 경제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바 박사는 “무한하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되돌려줘야 한다”라며 “우리는 지구의 일부이고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한다”라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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