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자에 비리 폭로 협박해 돈 뜯은 제주 전직 기자 '법정구속'

법원, '징역 1년6개월' 실형 선고…재판부 "죄질 매우 불량"

업자에게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전직 기자가 실형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강란주 판사는 공갈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모 인터넷신문 제주취재본부장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A씨는 이날 실형 선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A씨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5월 사이 모 주식회사 대표 B씨를 상대로 협박해 3차례에 걸쳐 1억56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2년 3월 B씨와 제주도청과 지역 내 관공서 정보 제공과 자문을 해주는 내용의 경영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B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고문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B씨가 2020년 1월 도내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뒤 A씨에게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하자, A씨는 평소 작성해둔 B씨 사생활이 담긴 'B회장처럼 살아가기' 문건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B씨 사무실에 찾아가서 "당신의 비리를 항목별로 알고 있다. 5억 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또 "주주총회에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겁을 먹은 B씨는 요구한 금액 5억 원 중 일부인 1억5600만 원을 A씨에게 건넸다.

A씨의 범행은 또 있다. A씨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3월 사이 3차례에 걸쳐 도내 모 관급공사 추진 과정에서 공무원과 B씨가 유착됐다는 내용의 허위 기사를 작성해 게재한 혐의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B씨와의 합의에 따라 돈을 받았을 뿐이다. 사생활 폭로 문건을 제시한 것은 2015년이고 그 이후에도 B씨를 위해 일하고 함께 골프도 쳤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생활 폭로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는 피해자에게 외부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사회통념상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낄 만 하고 이후 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협박으로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가 문건 공개를 막고 원활한 주주총회를 위해 돈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기각 판결했다. 명예훼손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을 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명예훼손으로 피해자 공무원이 입은 피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아무런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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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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