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넘치고 끊기고'…밤사이 내린 폭우에 "마을 잠기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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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홀딱 다 잠기는 줄만 알았제. 대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새벽부터 마음 졸이느라 한숨도 못 잤소."
마을 통장 김효숙 씨는 "제방이 무너진 것을 마을 주민이 비교적 빨리 발견해 대피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며 "주민들 대부분이 새벽부터 혹시나 대피해야 하나 마음을 졸이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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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조남수 박철홍 기자 = "마을이 홀딱 다 잠기는 줄만 알았제. 대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새벽부터 마음 졸이느라 한숨도 못 잤소."
어스름 해가 뜨기 시작한 28일 오전 5시 30분께 날은 밝았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하천 옆길을 잰걸음으로 걷던 농부는 화들짝 놀랐다.
밤새 내린 비에 논밭이 잠겼을까 봐 일찌감치 집을 나선 농부는 물이 넘실대는 석곡천 제방길을 걷던 중 길이 끊긴 것을 발견했다.
석곡천은 하천 범람에 대비해 산책길을 겸한 제방이 쌓여 있었는데, 제방의 약 50m가 불어난 물과 집중호우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농부는 서둘러 밤샘 근무를 하고 있던 광주 북구 석곡동 주민센터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동 직원 대부분이 비상 소집됐다.
북구청 관계자도 제방 유실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제방이 무너진 곳은 일부에 불과해 큰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시간당 수십㎜ 쏟아지는 비에 하천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또 무너진 제방 옆 전신주도 위태롭게 기울어 정전으로도 이어질 상황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들은 석곡천이 넘치면 주변 12가구 주택이 침수당할 수 있다고 보고 주민 대피 대책부터 마련했다.
주변 초등학교를 비상대피소로 지정하고, 주민 대피를 준비하라는 마을 방송을 했다.
방송을 혹시나 듣지 못한 주민이 있을까 봐 가가호호 대피를 안내하려고 준비하던 찰나, 비가 극적으로 잦아들었다.
시시각각 상승하던 하천 수위도 안정권을 되찾으면서 다행히 마을 주민 대피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광주 북구 측은 계속 장맛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 만큼 추가 호우에 대비해 복구를 서둘렀다.
중장비를 동원해 무너진 제방에 다시 흙을 쌓아 올리는 등 임시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을 통장 김효숙 씨는 "제방이 무너진 것을 마을 주민이 비교적 빨리 발견해 대피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며 "주민들 대부분이 새벽부터 혹시나 대피해야 하나 마음을 졸이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에서도 밤사이에 내린 집중호우에 대피하는 마을이 생겨났다.
동구 소태동의 한 주택에는 거목이 쓰러지면서 나무의 가지가 지붕을 뚫고 들어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주변 야산 산사태가 우려돼 마을주민 5가구 12명이 동구문화센터나 친인척집 등으로 피신했다.
현장 관계자는 "나무가 쓰러지는 것이 산사태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선제적 조치로 주민 대피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무등산국립공원 인근 증심천교가 범람 위험 수위에 도달하자 인근 6가구 주민 12명도 대피했고, 광양, 순천 등 지역에서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도 일부 대피하기도 했다.
광주·전남에는 나흘간 최대 310㎜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농작물·시설 침수도 잇따랐다.
장맛비는 오늘까지 40㎜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는 늘어날 우려도 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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