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중재 막전막후…루카셴코, 프리고진과 30분간 욕설 주고받아(종합)
"나쁜평화가 전쟁보다 낫다…프리고진 민스크 도착"
(서울=뉴스1) 박재하 정윤영 기자 =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을 중재했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용병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살해하겠다" 말하고 프리고진 역시 "죽어도 모스크바로 진격한다"고 말할 정도로 격앙된 상황이었다고 밝히는 등 긴박했던 당시 비화를 공개했다.
또 반란 종료 조건으로 내걸었던 대로 프리고진이 실제로 벨라루스에 도착했다며 협상안이 잘 이행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과 뉴욕타임스(NYT), CNN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 사이의 중재 상황을 설명하며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4일 반란 당시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를 않아 격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나와 통화하며 프리고진을 사살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나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고 말하며 성급한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푸틴 대통령을 진정시켰다고 전했다.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에게 전화를 걸었고 처음 30분 동안은 욕설을 주고받는 대화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프리고진은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목을 조르더라도 우리는 모스크바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에게 "벌레처럼 짓밟힐 것"이라 경고하고 "반란을 지속하면 러시아가 혼란과 슬픔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반란의 원인으로 지목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육군 총참모장 중 누구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프리고진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거듭 설득했다.
이후 프리고진은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지만 우리가 멈추면 그들(러시아)은 우리를 파괴할 것이다"고 말했고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장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프리고진을 달래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가 바그너그룹을 면책하는 대가로 반란을 종료하도록 중재했으며 프리고진도 벨라루스로 철수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 프리고진이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에 도착했다면서 "우리는 바그너 용병들에게 (벨라루스에서) 폐쇄된 군사 기지 중 한곳을 제공했다. 이곳엔 펜스도 있고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니 천막을 치라"고 말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프리고진의 전용기로 알려진 '엠브라에르 600 레거시'가 이날 오전 5시32분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이륙해 약 50분 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인근에서 하강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에서 바그너그룹의 존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해외 망명 중인 벨라루스의 야당 지도자 스비아틀라나 치하누스카야는 "벨라루스 국민들은 전범 프리고진을 환영하지 않으며 바그너는 우리 주권과 이웃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꼭두각시 정도로 비치던 루카셴코 대통령은 '반란 중재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설명이 푸틴 대통령이나 프리고진을 통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크렘린궁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반란 철수에 도움을 줬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앞서 프리고진은 24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약 1000㎞에 달하는 거리를 진격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후퇴했다.
프리고진은 자국 정규군이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다 러시아의 우방국 벨라루스가 중재에 나서며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철수하기 결정했다.
러시아 정부 역시 바그너그룹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각각 한발씩 물러나면서 최악의 유혈 사태는 피하며 일단락됐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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