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형제' 유재석·유희열, 사단과 카르텔 사이 [이슈&톡]

김지현 기자 2023. 6. 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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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프로듀서 유희열과 MC 유재석이 엔터테인먼트사 안테나의 2,3대 주주로 올라섰다. 말 그대로 한 배에 탄, 한 몸이 된 사이다.

유재석은 지난 9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안테나 주식 2699주(지분율 20.7%)를 30억 원에 인수했다. 같은 날 안테나의 대표인 유희열 역시 32억원을 투자, 지분21.3%를 확보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유재석은 임원이지만 등기에 등재되지 않는 방식으로 대주주가 됐지만, 1대 주주인 카카오엔터와 2대 주주인 유희열 만큼 안테나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안테나는 1997년 유희열이 창업한 연예기 획사다. 프로젝트 그룹 토이로 프로듀싱 실력을 인정 받은 유희열은 자신만의 색을 지닌 아티스트를 적극 영입하고 이들의 음악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가요 시장에 안착했다. 음악 뿐 아니라 토크쇼 MC, 라디오 등 진행에도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던 유희열의 관심사는 예능 시장으로 확대됐다. 소속 뮤지션들을 멀티 예능인으로 활용하더니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게 된 ‘대어’ 유재석을 잡는데 성공, 2021년 한 식구가 된다. 안테나는 유재석이 합세한 후 음악은 물론 예능 자산도 보유한 엔터사로 성장하게 됐다.

유재석이 예능에 특화된 엔터사의 숱한 러브콜을 거절하고 안테나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그가 안테나와 전속계약을 한 2021년 안테나의 수장 유희열은 지분 100%를 카카오엔터에 넘겼다. 매각가는 약 100억 원. 이전 진행된 안테나와 유재석의 계약 조건은 외부에 알려진 바 없지만, 카카오엔터가 안테나를 선택한 배경에는 유재석이라는 존재가 일정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유희열 역시 지분을 전량 매도하기 전 유재석의 영향력에 걸맞은 조건을 내걸었고, 유재석이 이를 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거인들의 만남은 벌써 콘텐츠 시장에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카카오엔터를 매개로 한 콘텐츠가 부쩍 늘었고, 유재석과 유희열의 ‘유유 사단’은 더욱 강화됐다. 2021년 후 유재석이 메인 MC로 등장하는 모든 프로그램에는 카카오엔터와 관련된 인물이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

디즈니플러스 ‘더존 버텨야 산다2’는 시즌1에 이어 이광수가 출연 중이다. 이광수는 안테나와 무관한, ‘런닝맨’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오랜 우정이지만 유재석, 이광수가 3~4개 이상의 프로에 동반 출연하는 배경에는 이광수가 또 다른 카카오엔터 자회사인 킹콩바이스타쉽 소속인 이유도 크다. 이광수와 같은 소속사인 전소민 역시 유재석과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유유 사단’과 콘텐츠의 직결성은 예능계 샛별, 미주에 이르러 두드러진다. 유재석과 타 프로에서 좋은 궁합을 보여주던 미주는 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된 2021년, 유재석의 뒤를 이어 안테나를 선택했고 이후 두 사람은 ‘식스센스’ 시리즈를 비롯해 tvN ‘투게더 리와인드’ 등에 동반 출연했다. 여기엔 미주 뿐 아니라 카카오엔터와 관련된 소속 연예인들이 포진돼 있다.



‘유유 사단’은 카카오엔터 자회사 플랫폼에도 활용되고 있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플레이유’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개됐고, 안테나 소속 연예인들이 전원 출동한 웹예능 ‘더듬이TV: 우당탕탕 안테나’는 카카오TV를 통해 제작됐다.

자회사와 모회사의 협업은 당연한 일이다. 우려되는 것은 기업 내 소수 사단의 힘이 강할 때 그 영향이 시너지가 아닌 카르텔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OTT 등장 후 K-영상 콘텐츠는 결이 완전히 달라졌다. 콘텐츠 자체에 힘이 실리면서 시청자들의 기준점은 ‘주연 배우가 누구냐?’가 아닌 ‘얼마나 잘 만들어졌냐?’로 바뀌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한 후 신인 배우들이 대거 쏟아진 이유다. 이들 중 일부는 단숨에 주인공 반열에, 스타덤에 올랐다. OTT는 다수의 연기자들에게 기회의 장으로 활용됐다.

반면 예능 시장은 이상할 리 만 치 변화가 적다. 유재석 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MC들이 OTT 오리지널과 웹 예능에 도전했지만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에 크게 밀렸다. 스타가 출연하지만 재미없는 예능을 보느니, 낯선 이들이 출연하지만 재밌는 예능을 본 것이다.

유명 MC들이 OTT, 웹 콘텐츠에 유독 실패하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단’에 대한 집착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재석이 카카오엔터 형제 이광수와 함께 한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범인은 바로 너’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이달 중순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예능 ‘더존 버텨야 산다’ 역시 이슈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OTT라는 새로운 물결에서 새로운 유재석의 모습을 보고 싶지만 변화가 미비하다. 어디서 많이 본 조합이 또 등장하고, 기존에 협업했던 제작진까지 투입되니 신선함이 부여될 리 없다. 일반인 혹은 무명 연예인이 다수 포함된 넷플릭스 ‘솔로지옥’과 ‘피지컬 100’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사실을 떠올리면 경각심을 가져야 할 현실이다.

냉정한. 아니 정확한 반응을 보여준 대중의 선택에도 예능계에서 사단의 힘은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유재석은 이제 안테나 소속 연예인 뿐 아니라 안테나의 매출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대주주가 됐다. 매출을 책임져야 할 의무는 물론 30억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야 하는 만큼 철저히 시장의 논리로 콘텐츠를 바라봐야 하는 입장이다. MC에 대주주, 경영자라는 타이틀이 더해졌다.

타 MC들도 마찬가지지만 애초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파트너로 결정하는 성향이 짙었던 유재석의 선택지는 이제 안테나 내 ‘유유 사단’과 카카오엔터 내 사단으로 축소, 집중될 전망이다. 올해 초 안테나와 손 잡은 이효리는 이 사단에 더욱 힘을 실어준 대어 중의 대어였다. 본업 보다 예능 출연에 한창 관심이 많은 이효리의 근황을 주목한다면 이효리가 '유유 사단'을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실력파들의 만남은 늘 기대 요소다. 그러나 사단은 카르텔을 만들고, 카르텔은 배타적 성향을 띈다. 의도하든 않든 경계는 생길 것이다. 안테나의 주주인 유재석이 CJ ENM 혹은 초록뱀미디어 계열사가 키우려는 샛별을 선택하긴 어렵지 않은가.

4대 기획사가 휩쓴 K팝계는 성과도 컸지만 분명 그에 따른 부작용도 경험하고 있다. 몸집 키우기에 열중하는 안테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분명 우려가 존재한다. 대주주가 된 유재석, 유희열이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부디 콘텐츠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는 경영자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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