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4강 이후 국제 대회 1승 25패…한국 여자배구의 추락, 뾰족한 수가 없어 보여 더 처참하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2023. 6. 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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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가 추락하고 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27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불가리아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2-25, 18-25, 26-24, 15-25)으로 패했다.

어쩌면 이번 대회 1승의 제물이 되기를 바랐던 불가리아를 만났지만, 3세트를 제외하면 힘을 쓰지 못했다. 공격 점수 38-48, 블로킹 4-13으로 크게 밀렸다.

사진=FIVB 제공
선수들은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아 대회 첫 승을 노렸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9연패 늪에 빠졌다. 남녀부 통틀어 단 1승도 가져오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VNL에서 마지막 승리를 챙긴 건 2021년 7월 14일 폴란드전이다. 이후 2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세자르 감독 부임 후 한국은 1승 25패로 승률이 5%도 되지 않는다. 지난 대회 전패 이후 세계선수권에서 4연패를 달리다 크로아티아를 만나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9연패 늪에 다시 빠졌다. 세자르 감독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VNL에서 승리를 가져온 적이 없다.

안방에서 세 경기가 남았다. 그러나 모두 강적들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중국, 폴란드를 차례대로 만나는데 한국의 승리를 점치는 이는 거의 없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이후 한국 여자배구는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한국 대표팀과 좋은 인연을 쌓았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났다. 또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10년 이상을 대표팀을 위해 뛰어온 베테랑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새로운 판이 짜였으나 나아진 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7억 7500만원의 연봉 대박을 터트리고, 대표팀의 중심 축을 맡아야 할 박정아(페퍼저축은행)는 이번 대회서 단 35점에 그치고 있다. 1주차 태국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적이 없다.

김다은(흥국생명), 강소휘(GS칼텍스) 등이 불가리아전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지만 이전까지는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표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는 사실상 없다.

사진=FIVB 제공
또한 세자르 감독의 국내 소집 훈련 불참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어느 때보다 이번 대회를 의욕적으로 준비했는데 결과는 작년과 똑같다. 지난 해에 이어 세자르 감독은 소속팀 일정으로 국내 소집 훈련을 함께 하지 못했다. 화상 통화로 매일 회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보지 않고 어떻게 선수들을 체크하고, 새로운 한유미 대표팀 수석코치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세대교체가 필요한 한국 여자배구는 감독 없이 훈련을 준비하고 대회에 나간 셈이다. 또 한유미 수석코치는 이번이 지도자 생활 처음이다. 그래서 감독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세자르 감독은 없었다.

세자르 감독이 오고 나서 한국 세계랭킹은 14위에서 33위로 떨어졌다. VNL이 끝나고 나면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9월부터 2024 파리올림픽 예선,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선다. 한국은 파리올림픽 예선에 미국, 이탈리아, 독일, 태국 등과 한 조에 속했는데 여기서 1,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지금 같은 전력이면 1승은 물론, 한 세트 따기도 버거워 보인다.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중국, 일본, 태국이 어떻게 전력을 꾸리고 나올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전력이라면 금메달은커녕 메달도 따기 버거울 수 있다. VNL에서 중국은 5위, 일본은 7위, 태국은 13위를 기록 중이다. 강호들과 격차를 점점 좁히고 있다. 한국과 정반대의 행보.

올림픽 4강 나라에서 2연속 VNL 전패 수모 위기에 빠진 한국. 김연경처럼 시원하게 공격하고, 김수지-양효진처럼 시원하게 상대 공격을 막을 선수가 없다. 이를 뚫고 나갈 뾰족한 수가 없어 보여 더 처참하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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