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연예계 뒤흔든 템퍼링 의혹·전속계약 분쟁, 근본적 해결 방안 있나②

사진제공 = OSEN

연예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외부 세력'의 존재에 대해 부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전속 계약 분쟁 과정에서 '외부 세력'이 언급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러나 이 '외부 세력'의 템퍼링(사전 접촉)이 공식적으로 입증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연예인과 연예 기획사 간 전속계약 관련 소송을 다수 맡아온 법무법인 채움의 박성우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외부 세력이 접촉했다는 물증을 잡기가 어렵다. 입금 내역, 전속계약을 새롭게 맺자는 내용의 메일이나 문자 등이 증거가 될 수 있을 텐데, 민사 소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수사 기관을 통해 압수수색을 할 수도 없고 소송 당사자가 불리한 증거를 제출할 리도 없다"고 설명했다.

템퍼링 의혹은 심증만 있고 입증하기 어려워 더욱 분쟁의 씨앗이 되기 마련이다. 이에 업계는 분쟁의 씨앗을 없애기 위한 자정 활동의 일환으로,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상벌조정윤리위원회에 중재를 맡기기도 한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고, 가요 기획사들이 다수 가입한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 역시 지난 3월 분쟁 중재를 위한 조정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협회 관계자는 "양측의 동의하에, 감정적으로도 악화될 수 있는 법적 절차로 해결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이 기구들의 중재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제공 = 연매협, 한매연, 연제협

이 같은 노력에도 템퍼링 의혹으로 인한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간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이를 둘러싸고 업계 내 다양한 의견이 있다.

B씨는 "전속계약과 관련한 업계 질서를 잘 관리할 수 있는 권위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B씨는 "연매협, 연제협, 한매연의 자정을 위한 노력이 있지만, 회원사들에 한해 유효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아주 높은지 의문"이라며 "업계 내 모든 회사를 규제·관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D씨는 "공신력 있는 위원회를 두고 FA 규정을 신설하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D씨는 "지금처럼 암암리에 연예인에게 타 기획사가 접근하도록 하면,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포츠 리그처럼, 타 기획사가 접촉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간을 두고, 이적료를 주고받는 등의 규칙을 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E씨는 "표준전속계약서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E씨는 "템퍼링 등의 사안에서도 회사를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연예인들의 인권이 많이 신장됐고, 기획사가 서명을 강요할 수 없다. 통상적 갑을 관계로만 볼 수 없는 업계 특성이 반영된 새로운 표준전속계약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TN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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