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25패, 세계 34위까지 추락한 여자배구…세자르 감독, 언제까지 봐야할까

이재상 기자 2023. 6.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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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사라지고 2년간 퇴보만
클럽과 겸임 논란에 "소속팀이 오히려 피해" 황당 답변
세자르 에르난데스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불가리아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2023.6.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부임 후 26경기에서 1승25패, 승률 3.85%.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만 21연패. 21경기를 치르면서 따낸 승점은 0이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지도자들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이 정도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감독은 없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스페인) 감독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한국 여자 배구가 얼마나 더 추락해야 하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세자르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27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VNL 3주차 불가리아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3세트를 극적으로 따내며 팬들의 함성도 받았지만 고비마다 범실을 쏟아내며 또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VNL 참가팀 유일하게 승점 1점도 따지 못하며 12전 전패의 수모를 겪은 한국은 올해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9연패(승점 0). 안방에서 3경기가 남았으나 도미니카공화국, 중국, 폴란드를 상대로 승리는커녕 1점이라도 딸 수 있을지 물음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국은 도쿄 올림픽 4강 신화 이후 간판 김연경과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이 동시에 은퇴를 선언했다. 대표팀 중추였던 선수들은 떠났고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폴란드 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한배구협회는 전력분석코치였던 세자르 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으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처참함 그 자체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정호영과 강소휘가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불가리아의 경기에서 수비에 실패한 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2023.6.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대교체라는 명분 속에 어느 정도 고전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는 심각하다. 이제 한국 여자배구는 국제무대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세자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한국은 한 세트만 따도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고 안주해야 하는 팀이 됐다.

세자르 감독의 부임 첫해가 아니란 것은 사태의 심각함을 말해준다. 단순히 감독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지난해 최악의 성과를 냈음에도 대한배구협회도 수수방관 지켜만 봤다. 떨어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다시 올라가는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도 어렵다는 것은 남자 배구 대표팀만 봐도 알 수 있겠으나, 세자르 감독과 이해할 수 없는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연봉을 주지 않아도 되고, 해외에 주로 머물기 때문에 관리도 그리 어렵지 않은 세자르 감독. 어찌보면 협회 입장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최적의 카드였을지 모른다.

지난해 부상 이슈로 V리그 구단 사령탑들과 날을 세웠던 세자르 감독은 올해 국내 훈련에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튀르키예 바키프방크의 전력분석 코치를 겸했던 세자르 감독은 이번 여름 아예 한국에 오지도 않았다. 지도자 경험이 전무 했던 한유미 코치에게 비대면으로 지도를 일임했다지만 제대로 된 훈련이 됐을지 의문이다. 결과가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7일 불가리아전 패배 후 클럽팀과의 겸직 논란에 대한 질문에 "VNL에서의 전술 준비는 문제가 없다. 비판은 이해하지만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불만이 있다면 대표팀보다는 클럽이 있어야 한다"는 황당 답변을 내놔 공분을 샀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불가리아의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3.6.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최근 만난 한 지도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세자르 감독에 대한 거취를 물었다.

그는 "김연경이 빠진 뒤 아무리 세대교체라는 명분이 있다고 하지만 여자 대표팀의 경기력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면서 "만약 외국인 감독이 아닌 국내 사령탑이었어도 이렇게 놔둘 수 있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답답한 현실이다. 올림픽 4강 신화 이후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4위였던 한국은 세자르 감독 부임 후 몰락과 연패를 반복하면서 세계 34위까지 추락했다.

아시아에서 한 수 아래로 봤던 태국에게는 일방적으로 밀리는 신세가 됐고, 예전에는 패배를 쉽게 생각하기 어려웠던 유럽 하위권 팀들에게도 맥없이 지는 처량한 입장이 됐다. 한 세트를 따고 자랑스러운 듯 자신의 SNS에 'keep going'이라는 글을 올리는 감독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세자르 감독의 계약 기간은 VNL 이후 파리 올림픽 세계예선,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다.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되면 책임지겠다"는 감독의 말은 사실상 계약기간을 다 채운 뒤 미련 없이 떠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대한배구협회는 조금이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불가리아의 경기에서 1대 3으로 패배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지난해부터 VNL에서만 21경기 연속 패배했다. 2023.6.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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