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주머니·양수기도 먹통, 저지대 침수반복 주민분통[르포]
피해 저감시설 전무, "현장 오지 않았냐"생색 공무원
노후 지붕·조립식 건물에 비 줄줄…양동시장 발 동동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이것이 지금 몇 번째 침수여. 올해는 비도 많이 온다는디 한숨만 나오네."
밤새 약 280㎜폭우가 내린 이튿날인 28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상습 침수 지역 주민·상인은 반복된 침수에 분통을 터뜨렸다.
낮은 지대에 위치한 이곳은 해마다 많은 비가 오면 수해 피해를 겪고 있다.
폭우로 빗물이 집에 들어찰까 걱정,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동이 트자 마자 삼삼오오 모여 매서운 속도로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던 지난 밤을 떠올렸다. 한 주민은 "현관 앞까지 물이 넘실댔당게"라며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수십 년 째 수해 피해를 겪은 주민들은 전날 비가 온다는 소식에 소형 양수기를 골목 입구에 비치하고 모래 주머니를 상가 입구에 높게 쌓아 대비했지만 시간당 50㎜의 몰아치는 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씨앗 납품 업체 사장은 흙탕물이 들어찬 바닥을 쓸며 물청소했다. 납품 상자는 전날 미리 높은 곳으로 옮겨 피해는 면했지만 곳곳에 남은 진흙 자국은 간밤의 긴박한 상황을 실감케했다.
사장은 "이제 익숙할 법도 한데, 엉망이 된 사업장을 보면 억장이 무너져요"라고 토로했다.
한 우유 납품업체 상인은 들이닥친 물로 냉장고가 수 시간 동안 멈춰 애를 먹었다.
이 골목에서 34년 째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69)씨는 직접 장만한 양수기를 돌리며 바닥에 남은 물을 빨아들였다.
장씨는 올해 잦은 비 예보에 걱정부터 앞선다. 그는 "2000년 첫 침수가 시작됐는데, 이번이 아홉 번째다"며 "올해는 더 비가 많이 내린다고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피해가 클 지 갑갑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침수 대비를 하는 지자체의 늑장 행정과 안일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박형민 농성·화정동침수피해주민대책위원장은 "주민의 요구로 물이 넘치지 않도록 복개하천 인근에 대체 물길을 연장하는 사업비를 확보했지만 서구의 공사가 지지부진해 다시 수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물이 잠기고 나서야 대형 양수기를 가져왔다"며 "현장을 찾은 간부급 공무원은 '(인사이동으로)마지막 근무 날인데 현장에 오지 않았느냐'며 생색냈다. 주민의 고통을 무시한 채 불난 집에 부채질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날 삼거리 내리막길에 위치한 화정동 지역 문구사도 지난 2020년 내린 유례 없는 폭우 이후 또다시 침수됐다.
하수구 물이 역류하면서 몇몇 상가 입구까지 물이 찼지만 맨홀 뚜껑을 들어내 더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카페 사장 최모(60·여)씨는 " 지자체가 하수구 청소를 자주 하고 물이 내려갈 수 있는 통로를 대폭 넓혀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동시장 상인들도 폭우로 천장에 물이 새면서 상품이 젖어 발을 동동 굴렀다.
가구점과 농수산물 구역은 조립식 시설물과 지붕이 노후돼 비가 내리면 해마다 크고작은 누수 피해를 입고 있다.
상인들은 오전 내내 물이 새는 틈에 양동이를 두거나 걸레로 물자국으로 얼룩진 바닥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구점을 20년 째 운영하는 윤모(60·여)씨는 누수로 100만 원 상당의 흙침대와 전기장판이 빗물에 젖었다.
윤씨는 "3년 전 천장에 실리콘 방수작업을 했지만 다시 피해가 발생했다"며 "반복되는 수해로 지친다"고 토로했다.
김용목 양동시장 상인회장은 "구청에서 시장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100년이 넘어 전체적인 구조물들이 노후화된 상태"라며 "시장의 미래를 위해 전체 보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구는 이날 예정된 복합문화거점 서빛마루 개관식을 취소하고 비 피해 복구·예방에 나섰다.
서구 관계자는 "최소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비 피해 상황을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며 "주민 안전과 직결된 만큼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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