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 김기덕 교수
국내에 EDM 열풍 이끈 장본인이기도
동아방송예술대 때부터 명강의로 화제
스타 사례 중심 저작권 ‘뮤직비즈니스’ 강의 초점
포스트모던학과 커리큘럼에 신선도 더해
대중음악산업 관련 여러 논문도 화제
국내 최초 日 AKB48 성공요인 학술적 분석
JYP ‘레이블 시스템’ 관련 학문적 접근까지
“K팝은 이미 세계적 수준…영미와 견줘도 대등”
“피프티 피프티는 학문적 연구로도 좋은 대상”
“음악전공자들, ‘뮤직비즈니스’ 알면 난처한 상황 겪지 않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K팝이 세계 대중음악계에 우뚝 선 지금 국내 실용음악대학의 인기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는 그 많은 실용음대 중에서도 실기와 필기 모든 면에서 단연 최상위권이다. 월드클래스급 뮤지션 다수가 교수진에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최근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의 '뮤직비즈니스' 과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음악 관련 비즈니스 전반의 통념적인 내용을 강의하던 방식과는 달리 포스트모던학과 '뮤직비즈니스' 수업은 신선하다.
얼마 전 수업 내용을 예로 들어본다.
지드래곤이 2016년 USB로 작품(음반)을 냈는데, 각종 차트에서 이 USB를 음반 판매로 포함시켜야 되느냐 마느냐의 여부가 논쟁거리가 됐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음반의 정의부터 알아야 한다. 저작권 관점에서 음반의 정의는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디지털을 포함한다)'으로 돼 있다. 그런데 당시 지드래곤의 USB는 음악을 수록한 게 아니라 그걸 들을 수 있게 링크만 걸려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음반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훗날 '가온차트'는 이런 경우도 판매집계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이처럼 포스트모던학과의 뮤직비즈니스 과목은, 대중음악사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례들을 누구나 아는 스타들을 중심으로 강의하기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뮤직비즈니스 수업은 철저하게 저작권에 중심을 두고 진행된다. "더 멋진 음악을 하기 위해 이 학교에 왔는데 굳이 비즈니스를 배울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던 학생들도 이 분야의 필요성을 하나씩 깨닫게 되고 있다.
정확한 수업 명칭은 '뮤직비즈 클래스1'로 포스트모던학과의 과목들엔 '~클래스'라는 명칭이 붙는다. 심지어 '비틀즈 클래스'란 강의도 있을 정도다. 비틀즈의 모든 곡을 코드 분석하는 수업이다.
뮤직비즈니스 과목을 진행하고 있는 김기덕 교수는 EMI부터 워너뮤직, 유니버설까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음반사를 두루 거친 음악마케팅/제작 실무 베테랑이다. 3대 독자이자 독립유공자 가족인 김기덕 교수는 대학 시절 '이치현 벗님들'에 심취해 음악계로 뛰어들었다. EMI/계몽사(EMI)에서 '버진' 레이블을 담당하며 이니그마와 폴라 압둘을 발매했고 이어 디지털미디어(새한미디어), 삼성물산 유통사업부, MCA 레이블, 한국음악출판사협회(KMPA) 국장, 유니버설뮤직, 뮤직시티, 워너뮤직 등 여러 곳을 거치며 역량을 발휘했다.
또한 김기덕 교수는 2011년 '토코리아(Tocorea)'라는 EDM 전문 음반 유통‧기획사를 설립해 국내에 EDM 열풍을 몰고 오는데 기여했다. '토코리아'를 통해 마틴 게릭스, 빙고플레이어스 등을 히트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토코리아'는 한때 멜론 차트 5위까지 오를 정도로 다양한 EDM 음악을 선보여 왔다. 김 교수는 '토코리아' 외에 '쿨스뮤직' 대표이기도 하다. 쿨스뮤직에서 그는 EDM 이외의 모든 장르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박사 학위가 있는 '흔치 않은' 대중음악 관계자 중 하나다. 김기덕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석사(한류 예술경영) 및 박사(경영학)에 이어 지식재산권 공부를 위해 연세대 일반대학원(법학) 과정을 마치고 서강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 과정 중이다. 쉬지 않고 학업에 정진하는 그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저를 비롯한 몇몇은, 실용음대에서 뮤직비즈니스 분야는 꼭 가르쳐야 할 과목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기 위주의 전공생들도 뮤직비즈니스를 모르고 졸업하면 당혹스런 일을 많이 겪을 수 있죠. 예를 들어 작곡 전공생이 졸업 후 음악저작권협회에서 들어오는 돈이 이게 어떻게 해서 들어오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를 수 있습니다. 작곡은 물론 기악 전공 같은 실연자에게도 뮤직비즈니스는 반드시 알아야 할 분야죠."
김기덕 교수는 그간 대중음악씬에서 주목받을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 음악계가 너무 아이돌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반감이 일어 이걸 검증해 보고 싶어 논문으로 연구 발표한 게 2014년 '한국 대중음악의 동질성과 다양성'이다. 이 논문에 의하면 "멜론 차트 10년을 기초로 리서치한 결과 아이돌 음악은 30%대 정도"였다. 따라서 그는 "한국 대중음악이 아이돌 음악 때문에 동질화가 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 논문은 해외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여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을 정도다.
같은 해 김기덕 교수는 '일본의 국민적 아이돌 그룹 AKB48의 성공요인 분석'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관계자들은 이 논문에 대해 "엠넷 '프로듀서 101(원오원)' 예능프로를 몇 년 앞서간 것"이라고 호평했다.
기존의 엔터테인먼트사는 A&R팀, 홍보팀, 마케팅팀 등으로 구분하며 회사를 운영했다. 반면 박진영은 JYP에서 트와이스팀, 2PM팀 등 각 아티스트를 팀별로 분화시켰고 각 팀내 A&R 및 관련 팀을 하나로 묶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국내 최초의 가장 선진화된 엔터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김기덕 교수는 바로 이러한 '레이블 시스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2020년에 발표한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 샘플링과 저작권의 상관관계'도 시각적 깊이와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그는 가을 발표를 목표로 다음 논문을 준비 중이다.
김기덕 교수는 2009년부터 대학 강의(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 경영과)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A&R이란 직업의 미래 가능성을 역설했다. 그와 함께 디지털 음원에 많은 관심을 갖고 학생들에게 디지털 음원 유통사 관련 숙제를 내며 이 분야가 향후 음악씬에서 얼마나 두각을 나타낼지도 강조했다.
학생들로부터 워낙 좋은 반응을 얻으며 동아방송예술대에서 무려 8년이나 강의했다. 학생들로부터 "김기덕 교수님 강의는 좀 어렵지만 유익하고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평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 교수의 수업을 듣던 학생 중 일부는 현재 하이브, JYP, YG 등 유명 엔터테인먼트사는 물론 소니뮤직 등 글로벌 음반사 등에 재직 중이다.
동아방송예술대에 이어 2021년부터 1년간 동덕여대에서 문화예술경영학과에 출강했다.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 뮤직비즈니스는 올해 3월부터 맡았다.
"현재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엔 중국 학생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학생들이 이렇게 많을 정도로 이미 실용음악 분야에서 포스트모던학과는 세계적인 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3일(금)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 재학생들 공연이 있었는데 실력이 너무 대단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인디 레이블 대표와 함께 갔는데, 공연을 보며 레이블 대표가 몇몇 학생들을 스카우트하고 싶어 할 만큼 대단했죠. 그 대표는 해당 재학생에게 명함까지 건네며 관심을 보였을 정도였어요. 주로 재즈와 팝 자작곡을 연주/노래했는데 실력 면에선 이미 프로페셔널이었습니다. 이 학생 중 몇 명은 몇 년 후 대중음악씬에서 엄청난 존재로 부각돼 있을 거로 자신합니다."
"피프티피프티 성공 사례는 학문적으로 연구 대상입니다. 음악적으로 볼 때 일반적인 K팝 걸그룹과는 또 다른 스타일, 블랙핑크식의 칼군무도 아니고 뉴진스 같은 말랑말랑한 것 같기도 하면서 다른 그 무언가가 있어요. 그만큼 제작자의 혜안과 기획력이 돋보인다고 할까요?"
"메이저 씬 뿐만 아니라 인디 아티스트도 팬덤 형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볼빨간 사춘기'처럼."
"개인적 취향으로 걸그룹은 아이브와 트와이스, 보이그룹은 스트레이키즈와 에이티즈를 좋아합니다. 특히 아이브의 'I will survive' 샘플링을 접하는 순간 아이브 팬이 돼버렸어요."
김기덕 교수는 술은 맥주 500cc 1~2잔 정도의 주량이지만 소문난 헤비스모커였다. 결국 담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겨 입원까지 했을 정도다. 그는 현재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페스티벌(EDM) 보러 가기, 연애 프로그램(짝짓기) 보기가 취미이며, '미드' 매니아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의 대중음악(K팝)은 대단한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메카인 영미와 비교해도 음악적 수준이 거의 대등해지고 있죠. 향후 K팝이 더욱 크게 세계화가 돼 각 대학에 관련 학과도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해외 학생들도 더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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