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 “한·중 관계 윤석열 정부서 악화… 아직 바닥 치지 못해”

한·중 우호와 소통 강조한 박진 장관 발언의 진정성 의심

중국 관영 매체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는 악화하고 있고, 아직 바닥을 치지 못했다”며 한·중 우호와 소통을 강조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 발언에 호응한 중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소 결을 달리하는 관영 매체 주장은 양국간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대만 문제, 미국과의 기술 동맹 등에서 기조를 바꿔야한 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글로벌타임즈는 사설을 통해 중국은 박 장관 발언에 대해 “당연히 환영하고, 한국이 중국과 마주하길 희망하지만 솔직히 말해 한국 정부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박진 장관 발언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18∼19일) 직후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지적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뉴시스

매체는 “한·중 우호를 증진하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어떤 이유에서든 관계 개선 의사가 있는 것이 악담보다는 낫지만 결국 한국 측의 실제 행동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긴장 완화를 원하니 한국은 즉각 ‘따뜻한 바람’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미국이 앞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면 한국도 즉각 냉담해질 것”이라며 “(이 같은 발언이) 윤 정부의 미숙하고 불균형한 외교에 대한 국내적 불만과 한을 달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향후 한국의 행동에 한·중 관계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에서 한국이 본래의 ‘국외자(局外人)’ 위치로 돌아갈지 여부를 첫 번째 지표로 거론한 뒤 미국의 디커플링(비동조화) 등 ‘중국 압박 전략’에서 한국이 ‘소통 촉진자’가 될 것인지 ‘동참자’가 될 지와, 지역 안보 문제에서 한국이 함께 평화를 수호할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아시아태평양 진출에 길을 닦을지 등이 잣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사설은 “중·한 양국은 거대한 공통의 이익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내 아무리 보수적인 정치 집단이라도 부정하거나 무시하기 어렵다”며 ”이성과 실용으로 돌아가는 것이 윤석열정부가 궁극적으로 직면하지 않을 수 없는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최근 “윤 정부의 입장은 중국과 척지고 지낼 이유가 없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한·중 우호 증진을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킨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한국이 중국과 함께 서로 마주 보고 나아가고, 양국 관계가 건전한 발전의 궤도로 복귀하도록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호응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인민일보 지난 27일 자 지면에 마오 대변인의 발언은 실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