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판 해바라기, 이태식이 돌아왔다?
최근 전주 KCC는 비시즌간 더 화제가 되고 있다. 비시즌때마다 거물급 선수를 품에 안으며 팀 전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허웅(30‧185cm)과 이승현(31‧197cm)을 영입한데 이어 올 시즌 종료 후에는 최준용(29‧200.2cm)까지 데려오는 파격 행보를 걷고있다. 군 복무중인 송교창(27‧201.3cm) 또한 시즌중 돌아올 예정인지라 해당 멤버들이 건강한 몸상태로 조화만 잘된다면 어떤팀 부럽지않은 로스터 구축이 가능해졌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주전 1번의 부재, 외국인선수 문제 등 약점은 남아있지만 현재 가지고있는 무기만으로도 조화만 잘 이뤄낼 수 있다면 충분히 우승 도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평가다. 경쟁팀들에 비해 안정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힘에서는 얼마든지 해볼만한 판타스틱하고 스펙타클한 멤버구성이 갖춰졌다.
그런가운데 얼마전 또 다시 농구판의 시선이 KCC로 모아졌다. 이상민(51‧183cm) 전 삼성 감독이 KCC 코치로 돌아온 것이다. 사실 감독 출신이 코치로 다시 농구판에 복귀하는 것은 흔하지는 않지만 아예 없던 광경도 아니다. 김영만, 조동현. 유도훈 등의 사례가 꾸준히 있어왔다. 진짜 화제가 된 것은 이상민이 KCC로 온다는 사실이었다.
이상민과 KCC는 애증의 관계다. 이상민은 1995년 KCC 전신인 실업 현대전자에 입단한 이후 팀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활약한바 있다. 10년간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각 3회씩 달성하며 KCC 왕조의 기둥으로 우뚝섰다. 당시 조성원, 추승균과 함께한 이른바 '이조추 트리오'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최고의 빅3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민 또한 그 과정에서 정규리그 MVP 2회, 챔피언 결정전 MVP 1회를 수상하며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쳤다. KCC하면 이상민, 이상민하면 KCC였던지라 그런 이상민이 원클럽맨이 되지 못할 것이다고 본 이들은 당시로서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2007년 KCC팬들 입장에서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고 이상민과 KCC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나고 만다.
이후 이상민이 삼성 감독을 맡으면서 KCC와는 더이상 연결될 줄이 없을 것으로 보여졌지만 코치로서 16년만에 귀환했다. 이에 많은 팬들은 놀라움을 금치못하고있는 분위기인데 특히 KCC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잊을 수 없는 팀의 상징이 복귀했기 때문으로 영화 <해바라기>의 '오태식이 돌아왔구나'를 패러디한 '이상민이 돌아왔구나'라는 문구가 여기저기서 보일 정도다.
어울린다. 정말 잘어울린다. 그만큼 이상민의 KCC복귀는 의미가 크다. 더불어 해바라기의 여러 명대사가 절로 떠오르고 있다.
”내가…, 내가 프로 생활 10년동안 울고 웃고 모든 것을 불태웠는데 꼭 그렇게 보냈어야 속이 후련했냐!!“
프로 경력 기준으로 이상민은 KCC에서 10년을 뛰었다. 앞서 언급한데로 팀우승, 개인 커리어를 모두 이루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압도적인 인기에 팀을 대표하는 상징성도 강했던지라 팀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상민 본인 또한 팀에 대한 애정이 매우 컸다. 조성원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타팀을 갔다가 돌아오기도 했지만 이상민은 그런 그림조차 그려지지않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2007년 6월 KCC는 전력보강을 위해 서장훈, 임재현을 FA로 잇달아 영입했고 그 과정에서 보상선수로 삼성으로 가게된다. KCC팬들은 물론 이상민과 함께 뛰기위해 이적을 택한 서장훈까지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던 대형 사건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팀 입장에서도 여러가지 고충이 존재했다. 비지니스적인 측면만 놓고 볼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해도 이상민이 보상선수로 떠난다는 것은 팬들 입장에서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이상민이 돌아왔구나. 반갑다“
거기에 이들 둘에는 미치지못하겠지만 송교창, 이승현, 최준용 등도 농구 팬들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팬층을 가지고있는 선수들이다. 이상민의 복귀로 인해 예전 이조추 시절 열광했던 클래식 팬들까지 돌아올 가능성도 높다. 다른건 몰라도 다음 시즌 압도적인 팬 동원력 만큼은 확실할듯 보인다.
”창진이형은 나가있어. 내가 소통할께“, ”고맙다“
많은 이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KCC가 왜 이상민에게 연락을 취했냐는 부분이다. 좋지않게 헤어졌던 것을 비롯 이후 삼성 가드진의 중심으로 활약했고 코치, 감독까지 역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삼성 색깔도 적지않았다. 물론 구단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른바 영광의 시절을 함께했고 여전히 이상민하면 현대 혹은 KCC를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팬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플러스 효과다. 하지만 워낙에 존재감이 큰지라 현 코칭스탭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하는 부분도 있었다. 전직 슈퍼스타에 감독까지 경험한 이가 코치로 있으면 전창진 감독으로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먼저 연락을 취한 이는 전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 시절부터 후배들을 잘 챙기고 코트 안팎에서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했던 이상민이 최준용 등 개성강한 선수들을 이끌어주기를 바란 것이다. 부드럽고 배려심많은 성격인지라 강성인 전감독과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조합으로 꼽힌다.
이상민 개인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차기 사령탑 등 차후에 있을 문제를 떠나 한계단 아래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전감독의 장점 등을 배워나간다면 지도자로서 또 다른 성장을 이룰수도 있다는 평가다. 팀 전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마음먹고 선수키우기에 나설 경우 가드진의 업그레이드도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이상민의 KCC 복귀는 ‘낭만’이라는 단어로 함축해도 무리가 없어보인다. 오늘날의 최고 인기구단 KCC가 있기까지 이상민은 주춧돌 역할을 해낸 인물이다. 초창기 이상민을 중심으로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에 그가 떠난 후에도 팀은 전국구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가장 화려했던 시절의 그 인물 이상민이 돌아온다. 전설의 컴백이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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