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리스킹 공세에… 중국 ‘정부 - 기업’ 분할 정복 전략

■‘각개격파’로 대응 나서
리창 총리, 하계 다보스포럼서
“디리스킹 확대·정치화” 맹비난
관료에겐 냉담·기업인 환대로
미국 반도체수출 통제 탈피 시도

베트남 총리 만난 시진핑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베이징을 공식 방문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팜 총리에게 “중국과 베트남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자, 호혜와 공영의 동반자”라며 “양측은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망 단절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PA 연합뉴스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공세를 받고 있는 중국이 미국 등 서방정부와 기업인에 별도로 대응하는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 전략으로 반격에 나섰다.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 속에 제품 개발을 위해 밀무역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반도체 물량을 받아내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27일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산업망 내의 위험은 정부나 관련 조직이 나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산업 분야에서 리스크 탐지는 기업이 가장 민감하며, 기업이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지기에 기업이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정부와 유관조직이 월조대포(越俎代포·주제넘은 참견)할 일이 아니다”라며 “디리스킹을 확대·정치화·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부가 디리스킹을 명목으로 중국에 가하는 차별적 조치에 반대한다는 의미이자 각국 기업들에 정부 정책을 따르지 말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중국은 미국 출신의 정부 관료들에게 냉담한 반면 기업인들을 환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는 잠깐의 접견만을 가졌지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겐 ‘오랜 친구’로 지칭하며 환대한 것이 대표적 예라는 것이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연구원은 “이는 전형적인 분할 정복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런 전략은 미국의 디리스킹 전략에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 밀무역이 이뤄질 정도로 악화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인 A100 또는 H100 반도체의 경우 수입이 되지 않고 있지만 현지 SNS인 더우인(두音) 등을 기반으로 밀거래가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한 프로그래머는 “기업이 다국 언어 모델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며 “중국 기업에 GPU를 조달하는 것이 큰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7일 셰펑(謝鋒) 주미 중국대사와의 통화에서 “모든 범주의 이슈와 관련해서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우려되는 분야 및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잠재적 협력 분야에 대해서 계속 외교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