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잠기는 땅인데 "분양 임박"…고수익 미끼로 923억 뜯은 사기일당

경찰이 검거한 해외 부동산 투자 사기 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할 당시 제공한 투자 홍보 영상 일부./영상=서울경찰청

경찰이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 투자 등을 미끼로 투자자들에게서 923억원을 가로챈 일당 30명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총책 A씨(53)와 그의 친동생 B씨(48) 등 일당 30명을 검거하고, 이 중 2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과 인천, 부산 등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모바일 상품권 사업과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 사업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1230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923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 등 일당은 사업수익이 없는데도 거래처를 통해 구매한 상품권이 마치 자신들이 발행·관리하는 사업인 것처럼 속였다. 매월 투자금의 5% 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상품권 사업만으로는 예상했던 것 만큼 투자자가 늘지 않았다.

이후 이들은 2020년 1월부터는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에 2700세대 규모의 주택을 분양할 예정이라며 투자금의 50% 이상 수익금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를 속였다. 이들 일당이 만든 홍보영상에는 종부세와 전매제한이 없는 캄보디아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단계 방문판매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과거 영업 조직망을 그대로 투자 모집에 활용했다. 대부분 60대 여성이었던 영업사원들은 지역 미용실 등 노년 여성층이 많은 장소에 손님으로 접근한 뒤 "사무실에 출근만 해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며 투자 사무실 방문을 유도했다.

이들은 "투자설명회에 앉아만 있으면 급여를 주겠다"며 투자 설명회 참석 인원을 모집한 뒤 △원금보장과 월 5% 수익 △ 신규 투자자 모집시 수당 등을 홍보해 투자를 유도했다.

A씨 일당이 홍보한 캄보디아 부동산은 우기에 물에 잠기는 습지대로 건축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투자금을 이용해 토지만 구매한 땅이었다.

이 땅은 B씨가 캄보디아에 체류하며 현지 부동산 개발 법인 대표로 취임한 뒤 혼인한 캄보디아 여성 명의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자금 부족으로 토지 공사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사무실 벽면에 대형 분양 지도를 설치해 마치 주택 분양이 임박한 것처럼 홍보했다.

지난해 3월 해외 부동산 투자 사기 업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경리장부, 투자자 모집 교육자료, 피의자들의 계좌거래 내역을 확보했다. 또 투자금 입금 내역과 사용처 등을 확인해 일당을 검거했다. 또 피해 사실을 진술한 43명의 피해액 43억원 중 21억 8000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과 공조해 해외에 체류 중인 B씨를 추적해 검거하고, 해외 부동산 등 투자 빙자 관련 첩보 수집 및 단속을 강화해 투자를 빙자한 범죄를 방지할 예정"이라며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사업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