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곤란 ‘황폐기물’의 대반전…열화상 카메라 렌즈로 재탄생

- KIST 유남호 박사팀

윈도우 및 다양한 황 함량의 S-BTT 고분자로 제조된 윈도우 (두께 약 1 mm) a. 디지털 이미지, b. 중적외선 열 화상 이미지 및 c. 원적외선 열 화상 이미지.[K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스모그와 산성비를 유발하는 황은 아직 마땅한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해 막대한 양을 산업 폐기물로 땅에 묻거나 블록 형태로 지상에 쌓아두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유남호 박사 연구팀이 원적외선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황(S8) 고분자 소재(S-BTT 고분자) 투과 재료를 개발해 그간 골칫거리였던 황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적외선 열 화상은 빛이 없는 조건에서 물체가 방출하는 적외선 복사열을 측정해 이를 시각화하는 기술로, 갈수록 늘어나는 CCTV는 물론 자율주행차용 센서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적외선 투과 렌즈는 적외선을 효과적으로 투과시키고, 높은 굴절률을 가지며, 적외선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비활성 특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온도 변화나 노후화 등에 대한 안정성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투과성과 비활성 특성이 있는 저마늄(Ge)이나 황화아연(ZnS)과 같은 무기 재료가 적외선 투과 재료로 사용됐으나 가공이 어려워 제조 비용이 많이 들고, 독성이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최근에는 황의 높은 굴절률과 적외선 영역에서 비활성 특성을 적외선 광학 분야에 응용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황을 활용한 고분자 재료는 역가황반응에 사용되는 유기 가교제의 화학 결합으로 인해 적외선 영역을 흡수하는 현상이 있다. 기존 연구들은 적외선 투과율과 굴절률, 열적 특성 간에 상충관계가 나타나 기존의 무기 재료를 대체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대칭구조로 비교적 단순한 적외선 흡수를 나타내는 유기 가교제를 사용했다. 이렇게 개발한 황 기반의 고분자 소재는 안정적인 열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굴절률이 향상됐고, 동시에 중적외선에서 원적외선 영역에 이르는 우수한 적외선 투과율(기존 보고된 적외선 투과성 황 고분자의 6배)을 나타냈다.

특히 기존 고분자 소재로는 달성하기 어려웠던 원적외선 영역 투명성도 확보했다. 개발된 고분자를 실제 적외선 광학 부품과 유사한 형태의 두께 1mm 윈도우(평평한 판)로 가공하여 원적외선 열 화상 실험에 사용한 결과, 기존의 적외선 투과 재료인 저마늄 윈도우와 유사한 수준의 고품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유남호 박사는 “개발된 소재는 우수한 적외선 투과율을 갖고 있어서 의료, 보안, 소방, 안전 분야와 같이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생활 밀착형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고가의 적외선 광학 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